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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Oct 23. 2021

보험계리사가 말하는 보험계리업무

업무, 연봉, 근무 환경

보험사에서 근무하며 느낀 보험계리사로서의 업무에 대해서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당연히 내가 느껴온 점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사바사, 부바부라는 말이 있듯이 각자 회사마다 스타일과 문화의 차이로 인해 장점과 단점은 물론 다를 것이니 이럴 수도 있구나 정도의 참고만 되었으면 한다.


매일 퇴근 때마다 느끼는 점은, 업무의 밀도가 높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업무의 밀도는 신경 쓰는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단순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업무가 있고, 케이스마다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그때마다 주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며 그 판단에 책임을 져야 하는 업무가 있다. 전자보다 후자가 업무의 밀도가 더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어 성취감은 있을 수 있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은 직업인 것 같다. 심지어 결과 값을 도출해야 하는 업무인 만큼 여러 리스크에 대한 책임이 있다. 개발한 위험률, 산출한 보험료, 작성한 약관 등 틀리면 여러모로 골치 아픈 일이 많아 이런 작업을 할 땐 주말에도 조마조마하다.(여럿 검증 프로세스는 있지만...) 여러 직업을 다 겪어보지 못해서 다양한 직업들의 업무 밀도를 나열해볼 순 없지만, 이 업무의 경우 시간이 정말 빨리 가고 체력이 좋고 집중력이 좋다고 생각한 나 조차도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반복 작업을 많이 해서 나른한 그런 것이 아니라 어딘가 빨려 들어갔다가 급하게 빠져나온 기분이랄까? 


세상엔 다양한 일자리가 있다. 지금 나의 회사가 최선이 아니라 생각하고 취업 관련 사이트에서 다양한 회사, 업무를 탐색하곤 한다. 그런데 보험계리사 자격증, 보험상품개발 경력을 인정해주고 관련된 일을 구하고자 하면 보험업에 국한된다. 보험사 또는 계리법인 둘 중 하나다. 따라서 보험업을 벗어나고 싶다 하면 내가 해온 경력을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렇듯 보험계리사 자격증은 취업에 도움이 될지언정 폭이 아주 좁다. 한번 발을 들이면 보험업권에 나오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같은 보험업권이라면 이직은 쉽다. 상품개발이라면 회사마다 프로세스의 차이가 조금은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방식은 동일하다. 그리고 상품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짐에 따라 신규 인력 충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따라서 계리법인, 소형사에서 대형사로의 이직률이 높은 편이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보험업 외 직업이 궁금해서 다양한 직종들을 취업사이트에 검색해본다. 그런데 내 경력으로 현재 연봉을 맞춰줄 수 있는 곳이 너무나 제한적이다. 즉 그만큼 저연차가 받을 수 있는 연봉으로선 꽤 높은 편에 속한다. 요즘 취업설명회에 가면 보험사들은 연봉으로 경쟁력을 어필하기까지 한다. 대형 보험사의 경우 초봉 5,500 정도 제시한다. 하지만 초봉이 높은 것에 비해선 상승률이 높진 않다.(설명회에 인사팀을 당황하게 하고 싶다면 인상률도 함께 물어보자.) 그리고 앞에 말한 대로 모든 건 대가가 있음을 느낀다. 업무의 밀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붙잡으려면 어쩔 수 없이 급여를 높인 게 아닐까 생각된다.


아무리 회사 문화가 좋고, 자신이 맡은 업무가 즐겁다고 하여도 같이 일하는 동료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주변에 꽤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보험계리 쪽에 일하는 지인들은 업무 외,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전 글로 작성한 것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말 그대로 모난 사람이 없다는 것이 보험계리 업무의 가장 큰 장점이다.(물론 어디에나 특이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 수학, 통계학을 전공하였고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업계가 좁아 건너 건너면 모두 아는 사람들이라 그런 것 같다. 마찬가지로 요즘 대부분 회사가 내세우는 트렌드인 수평적인 문화를 실무자급에선 느낄 수 있다. 아직 관리자급의 직급은 수직적인 문화가 아주 아주 강한 보수적인 집단이지만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렇지 않아 향후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하다.


업무의 특징과 장단점을 말하면 끝도 없을 것 같다. 우선 다른 직업들 사이에서 방황하는 나의 상황에서 고민했던 부분들에 대해 작성했고, 후에 다듬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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