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 <17>

어느 뜨내기인생 스토리

by Morpheus

우여곡절 끝에 미영이는 기태를 만났다. 옛날 살았던 고아원에서 기태의 소재를 알려주었 다. 감옥에서 형기를 마치고 나오면서 기태는 여러 가지 서약을 하고 출옥했다. 기태가 고아원을 나온 지는 오래되었지만 삶의 본거지는 고아원이었다. 감옥에 있을 때 출옥 후 살아갈 삶의 방식들을 익혔고 착실히 형기를 마친 대가로 조그마한 회사에 수습사원으로 취직도 했다. 기태가 스스로 돌아봐도 많이 변했음을 알았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하여간에 간수들의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

처음 감옥에 들어갈 때만 하더라도 삶에 대한 기태의 생각은 참담했다. 도무지 살아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마음에 잡히는 해답이 없었다. 원생일 때는 그래도 같은 삶을 공유하는 동기들이 있었고 그들이 살아가야 하는 기본을 일러주는 지침들을 원생들이 따라야 했다. 실제는 보호라는 명분으로 원생들을 잘못된 길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었다.

고아원을 나와서 몇몇 동기들과 휩쓸려 다니 면서 아무런 생각 없이 마음대로 행동하고 세상을 떠돌았다. 옳고 나쁘다는 판단은 그들의 삶의 기준에는 없었다. 세상은 그들이 삶의 자원들을 구해야 하는 시장 같은 곳이 라고 믿었다. 그들은 세상이란 바다에서 물고기들을 건지는 어장 같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세상은 그들에게서 멀어지고 경계하며 벽을 쌓았다. 처음부터 세상과 그들 사이에는 높은 벽이 이미 있었 는지 모른다. 그 벽은 그들이 스스로 쌓아 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미영이는 기태를 보자마자 송죽이는 어디 있는지 따졌물었다. 송죽이 출생 후 거들떠 보지도 않다가 이제 와서 아버지 노릇하겠다 니 이게 무슨 염치냐고 난리를 쳤다. 송죽이 를 당장 데리고 오라고 했다.

기태는 많이 변해 있었다. 예전에 말 걸기가 힘들었던 어둡고 불량스러운 모습은 사라지 고 밝고 가뿐해 보였다. 말이 많아졌다. 송죽이를 데리고 와서 미안하다고도 했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송죽이를 못 볼 거 같았 다고 했다. 송죽이가 자기 핏줄인데 자기가 키워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미영이한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며 펑펑 우는 게 아닌 가? 그러면서 다시 시작하면 안되겠냐고..

미영이는 기가 찼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차갑게 밀어냈던 기태에 대한 기억이 떠올라 숨조차 막힐 지경이었다. 세상에 이런 경우 가 어디 있단 말인가? 서러움인지 아픔인지 모르는 감정의 응어리가 목구멍을 타고 올라 왔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송죽이를 찾아 떠나올 때 기태에 대한 미웠던 생각과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뒤엉켜 미영이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북받쳐 오르는 감정이 눈물이 되어 녹아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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