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처방전 / 화내지 않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최근 SBS 다큐스페셜 '엄마들의 전쟁'이란 프로그램을 봤다.
1부에서 젊은 세대와 부모세대 육아의 방식의 차이에 대해 실감 나게 보여준다. 유치원 원장을 하다 자녀를 키우고 있는 딸의 유별난 육아 때문에 친정엄마와 날마다 싸운다. 친정엄마는 사과를 오물오물 씹어 먹다가 손가락으로 쓱 꺼내 손주 입에 넣는다. 딸은 엄마의 이런 행동이 못마땅하다. 시장 다녀오는 친정엄마에게 부탁한 소고기 안심을 사 왔냐고 물어본다. 엄마는 딸의 눈치를 보면서 " 안심 없어서 소고기 등심 사 왔다! "고 한다.
" 엄마, 소고기 안심이라고요. 소고기 등심이 아니라 안심으로 이유식 만든다 했단 말이에요! "
" 유난 떨긴, 푹 끓이면 상관없어. 이것도 손바닥만 한 게 얼마나 비싼지 알아? "
" 엄마는 안 된다니까. 어이구, 내가 갔다 올 테니까 엄마가 승주 보고 있어요 "
" 아무거나 먹이면 되지. 뭐! 그렇게 대단하게 키우냐 대체 "
" 엄마는 소고기 안심으로 이유식을 끓인다고 육아 인터넷 카페에 쓰여있다고요. 그래야 연하다고 했어요.
분명 안심 이라 했다고요 "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딸은 둘째를 둘러업고 나가더니 소고기 안심을 사들고 들어온다.
친정엄마는 유난스레 호들갑 떨면서 딸을 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
가만 두면 절로 잘 자랄 아이를 인터넷으로 육아 포털 사이트를 날마다 검색하고 육아서적에
나온 그대로 똑같이 해야 직성이 풀린다.
요즘 엄마들에게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엄마 역할은 인생에서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할 과제이다.
좋은 대학을 들어가는 것처럼 좋은 엄마가 되는 것에 목숨을 건다.
'좋은 엄마' 조건에 먹거리, 안전, 정서 같은 영역도 포함된다. TV를 틀면 자녀양육 관련 정보들이 쏟아진다. 인터넷에 엄마들 모임이 있고, 저마다 경험담을 공유한다.
자녀 수가 적기 때문에 더 아이에 집중하게 된다. '엄마'라 불리던 역할에 요즘은 '좋은 엄마' 이름표가
달렸다. 세상의 엄마들이 모두 내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한다. '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살아간다.
나도 엄마가 되고 나서, 일 잘 하는 나 보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날마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윽박지르고 나면 뼛속같이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마음이 미어졌다.
세 아이 엄마인 한 수강자는 애들 밥 먹이고 큰 애 유치원 보내고 집에 와서 빨래 널고 간식 준비하고
큰 애 데려와서 간식 먹인 후 저녁 먹고 나면 하루 해가 저문다. 날마다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저녁 먹고 그림책 보고 9시부터 잘 준비시켜야 하는데 아이가 칫솔질을 혼자 하겠다고 우긴다는 거다.
빨리 씻기고 우유병 삶아 놓고 자야 하는데 딸이 칫솔질하겠다고 하면 피곤이 확 밀려온다.
칫솔질을 혼자 하게 두면 치약거품을 옷에 다 흘리면서 거실을 돌아다녀 뒷치다거리가
더 힘들다. 너무 피곤할 때는 딸을 잡고 눕힌 후 칫솔질을 한다.
발로 꽉 누르고 칫솔질하면 울고불고 떼굴떼굴 구르면서 난리가 난다.
급기야 큰 소리로 화를 내고 소리 나게 맴매를 해야 멈춘다. 아이는 화난 엄마 얼굴을 보면서
“ 잘못했어요. 다음부턴 안 그럴게요 ”한다. 엄마는 흑흑 흐느끼다 딸꾹질하면서 자는
딸애를 보면서 울컥 눈물이 난다 ' 좋은 엄마'이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하고
이것밖에 안 되는 자신이 너무 미워서 화가 더 난다.
육아에 '좋은 엄마, 나쁜 엄마'는 없다. ' 좋은 엄마'가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오히려 감정을
억압하게 된다. 하지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감정을 참다 한꺼번에 분출하는 습관이 아이들에게
오히려 나쁜 영향을 준다.
'좋은 엄마'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엄마다.
" 엄마가 누구보다 잘 대해 주고 싶지만 엄마도 힘들 때는 화가 나고 소리 지르게 돼"
" 엄마는 너네 씻기고 책 읽어준 다음 빨리 쉬고 싶어마가 하루 종일 집안일 했더니
힘이 들어서 칫솔질 다음에 혼자 하게 해 줄게. 괜찮아? "
감정의 일관성은 화를 내지 않고 항상 긍정적인 말과 표정으로 자녀를 대하는 것
이 아니다. 긍정적, 부정적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자연스럽게 자녀와 소통할 때 편안함을 느낀다.
어떤 경우라도 엄마는 늘 자녀 말을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화를 쌓아두게 한다.
이렇게 소리 지르거나 화내지 않고 엄마가 뭘 바라는지 표현할 수 있다면
자녀도 솔직한 표현이 가능할 것이다. 자녀가 화를 많이 낸다는 건 뭔가 원하는 것이 채
위 지지 않은 신호일 수 있다. 부모가 화가 많이 나는 것 역시 부모이지만 관심과 도움,
혹은 힘든 일이 있다는 신호이다.
자녀를 키우면서 일상에서 화를 자녀와 부모 자신의 상태를 알리는 신호로 알아차릴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일까? 배 고픈 줄 모르고 일을 하고 있는데 배에서 꼬르륵 소리로 배 고픈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요긴할 수 있다. 부모 자신이 화를 많이 낸다면 또한 뭔가 필요한 것에 대해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화를 많이 내는 엄마는 나쁜 엄마라는 판단과 비난 때문에 건강하게 화를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다.
무조건 화를 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오히려 화를 숨기고 억누르기 때문에 눌렸던 화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다시 생각해 보자.
‘화를 많이 내는 엄마는 나쁜 엄마’가 아니라 엄마도 아이처럼 돌봄 받고 사랑받아야 할 존재라는 사실이다.
‘화내지 않는 좋은 엄마’가 되길 원한다면 여기서부터 출발했으면 좋겠다.
성인이 됐지만 엄마들 자신도 돌봄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수용, 인정에서 출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