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처방전/ 화를 삼키는 사람이나 화를 폭발하는 사람이나 똑같이 해롭다
남편과 난 화내는 방식이 달라 오랫동안 친밀한 부부관계가 어려웠다.
남편은 분노를 숨긴다. 화가 나면 어느 순간 말이 없어지고 표정이 없어진다.
꽤 규칙적인 사람이라 저녁 7시 반이면 들어오던 사람이 늦기 시작한다. 아침을 차려놓으면
밥 먹는 양이 줄고 안 먹고 출근한다. 며칠 그러고 나면 사이가 시무룩해지고, 무관심해져
소통이 줄어든다. 대답이 단답형으로 바뀌고 반응이 싸늘해진다.
화났는지 물으면 아니라고만 말한다. 그냥 일이 바빠서 그렇다고 짧게 대답한다.
화가 난 것 같은데 화가 안 났다는 답을 들으면 나도 신경 쓰기 싫어 " 그러다 말겠지!"
남편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줄인다. 그렇게 냉랭한 채로 여러 날, 혹은 몇 주가 지나기도 한다.
남편은 화가 나면 못마땅한 감정을 유발하는 특정 상황과 사람, 장소 혹은 물건을 피한다.
자신의 화가 서서히 가라앉을 때까지 숨기고 피하다가 한참 후 기분이 풀리면 묻는 말에
조금씩 답을 하기 시작한다. 남편은 화가 나면 욱하고 언성이 높아지고 할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화 표출방식을 극도로 힘들어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아내가 화가 나서 짜증이 늘고, 언성이 높아지면 얼굴이 인상을 쓰면서 말한다.
" 화가 난다고 그렇게 소리 지르는 방식을 이해할 수 없어. 난 당신이 그렇게 히스테릭
하게 말하는 방식이 싫고 조용하게 조분 조분 말하지 않으면 어떤 말도 듣지 않을 거야 "
화가 나면 소리치고 언성이 높아져서 따지려 하는 화 표출방식을 남편은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화를 내는 사람은 성숙하지 못하다며 화가 날 때는 말을 섞고 싶지 않다고 표현한다.
그럴 때 남편은 “ 됐어, 그만 얘기해 듣고 싶지 않아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고
당신 하고는 말해도 통하질 않아 “ 정색을 하고 말한다.
이렇게 남편과 다투고 나면 자책과 죄책감이 무지 커진다.
욱하고 나면 화가 풀어지는 나와 달리 남편은 화가 나면 입을 앙다문다.
화를 안으로 삭이든 밖으로 표출하든
둘 다 건강하게 화를 표현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분노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화 표출 방식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편의상 꽝형과 꽁형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흔히 꽝 형은 분노를 공격적으로 표현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분노를 쏟아내고 터트린다. 속으로 부글부글 용암처럼 끓어오르다
막 폭발하려는 화산 같다. 악을 쓰고 고함을 지르며 비난한다. 화나면 감정을 쏟아내야 시원
하다. 홧김에 한 말이나 행동 때문에 후회할 때가 많다. 성미가 급하다는 소릴 자주 듣고
화나면 언성이 높아지고 비난을 한다. 언제 터질지 몰라 주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준다.
많은 꽝 형들이 분노를 터트린 후 진심으로 후회하고 사과한다.
일시적으로 답답한 마음을 화로 표출해 '한결 후련' 하지만 관계는 깨진다.
상대에게 화를 폭발한 뒤에 죄책감, 수치심, 창피함, 후회 같은 내적 폭발을 경험한다.
어쩌면 꽝 형들은 폭발 후 더 상 처를 입는다.
스스로 주변 사람들을 밀어낸 탓에 친밀한 관계를 영영 잃고 만다.
꽁형은 분노를 속으로 꾹꾹 누른다. 분노를 겉으로 드러내는 걸 싫어한다.
분노가 나쁜 거라 생각한다. 분노를 내보이는 건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다.
억압하는 사람들의 목표는 분노의 뚜껑을 꼭 닫아 두는 것이다. 이들은 분노 자체를 부정한다.
그들이 사는 공상의 세계에는 분노가 존재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 분노를 표현했던 결과로 상처받아서
다시 분노를 느끼지 않기로 결심했다. 분노를 천박한 것이라 배운 사람도 있다.
분노는 자제력이 부족하다는 표시이며, 분노를 드러내는 것은 수준 이하라고 배웠다.
분 노를 억제하는 꽁 형들은 분노의 존재를 알면서도 분노가 없는 척한다.
분노를 인정하거나 시인하기 싫어한다. 그들은 분노를 참고 억제한다.
야수가 햇빛을 보지 못하게 감정의 벽장을 닫아걸고 힘을 다해 막듯이 하지만 언제나 위험한 일이다.
분노를 화산처럼 폭발하는 꽝 형 못지않게 꽁 형들도 비싼 대가를 치른다.
밖으로 분노를 표현하지 않는 대신 자신에게 방향을 바꾸어, 쉽게 자신을 탓하거나 자기 비난을 한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더 나쁠까?
화를 삼키는 사람이나 화를 폭발하는 사람이나 똑같이 해롭다. 흔히 화를 폭발하는 사람
만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꾹 참고 안으로 삭인다고 해서 분노를 제대로 처리
하고 있는 것이 아니란 걸 명심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과 단절이 되고, 그 대가를 온몸으로 치르게 된다. 안으로 삭히든 밖으로 표출하든
둘 다 건강하게 화를 표현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건강한 화 표출은 자신이 화가 났음을 인정하고, 화가 보내는 신호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과 마음을 교류하는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