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데오 거리

by 진진

로데오 거리에 나이키 매장 앞에서 친구들과 담배를 피고 있었다. 골목을 따라가면 시장이 나오고 흔한 술집과 옷가게들이 몰려있는 그런 곳이다. 이런 곳을 왜 로데오거리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서울에 있는 압구정의 그것과는 분명 달랐다. 그때는 압구정이라는 게 뭔지도 몰랐지만.


중학교 1학년 때 3학년이던 형이 정장 차림으로 무리지어 걷는 모습이 보였다. 바니는 발목이 딱 조여 허벅지는 계속 펄럭였다. 머리는 짧게 반삭발을 했고 뒷머리가 조금 남았다. 요즘 유행하는 항아리바지에 말머리를 했다. 우리는 조용히 담배를 뒤로 숨겼다.


이 동네 어깨들은 식구니 마피아니 하면서 자기들끼리 이름을 붙였지만 결국은 그냥 양아치들이다. 공부도 안하고 타고난 덩치를 믿었다. 가난을 배경 삼은 그들은 더이상 뒤돌아갈 곳이 없었다.


"야. 너네."


그 형이 우리 쪽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거리는 한 ..교실 앞 뒷문 정도? 소리를 지르니 분명히 들렸다.


"네? 저희요?" 나는 손안에 사린 담배를 급히 몸 뒤로 숨겨 불똥을 '탁' 쳐 없앴다. 친구들은 당황한 듯 멈칫 거렸다.


"너네 상원중 출신 아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 형은 우리쪽으로 조금씩 따라왔다. 그 형 주변 친구들은 뭐가 재밌는지 웃으면서 자기들끼리 숙덕거렸다.


"네.." 친구 한놈이 말했다.


"나 몰라?"


"알고 있습니다."


어느새 우리 바로 앞에 와 서있는 그 형은 폴더폰을 꺼내들고 열었다 폈다. 고개는 까닥까닥.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왜 인사 안 해." 그러곤 표정이 변했다. "선배가 좆같냐?"


"아닙니다." 나는 땅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냥 거리가 멀고 전에 인사드린 적이 없어서. 존경하는 선배이시지만 가까이서 뵌 것은 처음이고..."


횡설수설하는 나를 보더니 그 형은 갑자기 웃으면서 내 뺨을 툭툭 쳤다. "야 쫄지마 장난이야. 여기선 조용히 놀고 누가 시비 걸면 나 찾아."


그 형은 그러면서 몸을 돌렸다. 그때 띠꺼운 표정을 짓고 있는 친구 하나를 형이 발견했다. 가까이 '센 걸음'으로 다가면서 어깨로 친구를 쳐버렸다. 친구는 뒤로 잠시 구르더니 눈을 깔았다. "정신 차리고. 졸업한지 1년 지나도 선배는 선배잖아. 중학생이면 길에서 담배피고 그러지 말고."


그 형은 웃으면서 무리들과 떠나갔다. 몸에 맞지 않게 큰 정장, 어두운 자줏빛이 도는 이상한 색깔 탓인지 유독 어깨만 넓어보였다. "이 동네 어깨들 시발 별 거 아니네." 친구 녀석이 갑자기 웃으면서 말했다. "존나 안 아프네." 나는 그 친구를 보고는 이제 로데오에는 나오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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