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

by 진진



"대학에 온 걸 환영한다." 첫 수업에 강단으로 걸어온 그 남자는 무심하게 말했다.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강의실이 꽤나 넓었고 칠판에 이름을 적을 법한 데 그러지도 않았다. 그저 가지고 온 노트북에 강단 옆 컴퓨터에서 뽑은 케이블을 꽂으며 마우스를 조작하기만 할 뿐이었다.


"여러분들이 대학에 오면 우선 선생님이라는 말을 잊어야한다." 남자는 컴퓨터가 켜지길 기다리면서 몇 마디말을 이어갔다. "서로 다른 학년이 함께 모여 수업 받는 일도 있는데, 어쨌건 나와 같은 전임교수나 강사들에게 선생님이라고 불러서 쪽팔리지 말도록."


군인처럼 위엄있게 말하려고 했지만 좀 세련된 양아치 같아 보였다. 면바지에 분홍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었고 어울리지 않는 청넥타이를 맸다. 머리는 조금 벗겨져 보였고 옆머리로 맨살을 가렸다.


"대학생은 곧 성인이 됐난 소리나 마찬가지니 여러분도 성인으로서 행동하면 좋겠어. 성인이라면 하고 싶은 것도 많겠지.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도록."


윈도우 바탕화면에 마우스를 움직이던 그 남자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찾는 듯 폴더를 열었다. 윈도우 탐색창에 폴더들이 작게 화면에 비췄다. 내 문서. 같은 폴더 밑으로 국산, 일본, 따위의 고리타분한 폴더 분류법이 보였다.


"그러니까 여러분들 술 마시고 담배피고 운전하는 그런 거 말고~."


능글맞게 웃는 교수는 어떤 폴더를 찾아 눌렀고 그렇게 강의를 시작했다. 강의는 나쁘진 않았다. 어쩌면 대학에서의 '강의'라는 걸 처음 들어봤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른다.


"여러분은 자유로우니까 말이야. 하하."" 강의를 마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괜히 어제 만났던 그 남자가 생각났다. 졸업 직전 따둔 운전면허증으로 차를 빌렸고 길에서 개나 고양이를 죽이고 묻어두는 나만의 폐기물 처리장까지는 쉽게 갈 수 있었다. 사람은 처음이었지만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것과 모습 자체는 같았다. 손끝의 느낌 같은 것들이 고등학생 때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면 대학생이 된 순간 무언가 더 똑똑해진 기분이 들었다. 자유롭다는 건 이런건지 모르겠다.


"저기 교수님. 상담을 받아보고 싶은데 시간이 되실까요?"


남자에게 다가간 나는 그의 시선을 느껴봤다. 속이 뒤집어지면 조금은 더 손 데기 쉬워진다.


"어 그래요." 교수의 앞에 펴진 노트북에는 저질 취향의 폴더들이 더 잘 보였다. 확실히 끝내면 좋겠다는 결심도 더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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