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덮은 담요가 들썩였다

by 진진

담요에 덮힌 시체가 발견된 건 유난히 춥던 일요일 오후 6시 무렵이었다. 한적한 골목 쓰레기봉지가 쌓여 있는 전봇대 앞에 결혼 예단으로 쓸 법한 두꺼운 색동담요가 있었다. 쓰레기 더미에서 색색이 고운 빛깔을 내는 담요가 얌전히 펼쳐져 있는 게 썩 눈에 띄었다. 쓰레기를 버리려던 노인이 "아니 누가 이런 고운 걸 쓰레기장에 버렸어"(애초에 쓰레기장이 아니다)하며 들춰봤더니 이웃에 살던 노인이 옷은 홀딱 벗은 채 목이 반쯤 뜯겨 죽어있단 것이었다. 이불 곳곳에 색색 비단을 댄 듯 핏자국이 보였다.


"아니 거기 아저씨!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여기 쓰레기 버리는 곳 아니에요!" 조금 전 현장에 도착한 심 형사는 담배를 물면서 신경질적으로 쓰레기 봉투를 버리던 남자에게 소리쳤다. 남자는 검을 쓰레기봉투를 던져 버리더니 심 형사 말은 무시하고 돌아섰다. "아니 현장 관리가 어떻게 된 거야! 여기 왜 폴리스라인도 없어!"


후줄근한 가죽잠바를 입은 심 형사는 모든 게 거슬리는 듯했다. 심 형사 앞에는 머리를 긁적이는 제복을 입은 늙은 경찰이 서 있었다. "아니 이 동네가 제대로 통제가 안 돼요. 우리 파출소도 이런 사건은 처음이라 차에 테이프를 안 넣어 뒀네 글쎄. 근데 그 당직이면 어느..."


심 형사는 늙은 경찰을 무시하고 담배 불똥을 손가락으로 탁 쳐낸 꽁초를 쓰레기 위로 던졌다. 잠바 안에서 다시 주섬주섬 디스 플러스를 한 까치 꺼내 물어 불을 붙였다. "과학수사대 언제 온대! 사진이라도 좀 찍고 해야 시신이라도 볼 거 아냐!"


심 형사가 누구에게 말하는지 쉽게 알기 어려웠다. 주변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들은 채 만 채 했다. "그 자네가 오늘 형사 당직이면 자네가 불러왔어야지. 우리는 상황 보고는 다 했다구." 늙은 경찰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 불렀으니까 곧 올꺼야 걱정말고."


심 형사는 바닥에 침을 탁 뱉으면서 연신 신경질을 냈다. 그러는 사이에도 바닥의 색동 비단 담요는 네모 반듯하게 덮혀있었다. 최초 발견자가 들춰본 뒤 다시 덮었고, 파출소 경찰관이 시신을 확인하느라 잠시 열어본 뒤 다시 덮었다. 솜이 제법 무겁게 들어있는지 구김 없이 펴쳤고, 두께감이 있어 마른 노인의 시신이 그 밑에 깔려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뭐야 시발!" 심 형사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움직이잖아!"


노인의 발쪽의 담요가 조금씩 들썩들썩 했다. "뭐야 살아있는 거 아냐? 뭐야!" 심 형사는 소리를 질러댔다. 늙은 경찰도 놀란 듯 조심히 쳐다봤다. "아닌데 확실히 죽었는데..." 늙은 경찰이 긴장한 듯 얼버무렸다. 담요가 다시 한 번 들썩이더니 빨간 비단 부분이 물결치며 움직였다.


야옹. 담요가 다시 들썩 하더니 고양이 한마리가 담요 밑에서 뛰쳐나갔다. 치즈태비였다. 심 형사가 괜히 소리를 질렀다. "뭐야 재롱이잖아!" 늙은 경찰이 한숨을 잠시 쉬더니 심 형사를 쳐다봤다. "재롱이? 재롱이 이름을 자네가 어떻게 알어?" 그러니까 재롱이는 이 동네 쓰레기장 주위에 머무르는 고양이인데 이 동네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다.


심 형사는 갑자기 받은 질문에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때 회색 스타렉스 한 대가 현장에 왔다. 건장한 남자 3명이 내렸고, 가장 나이 들어보이는 남자 늙은 경찰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오늘 형사 당직입니다. 시체 어딨어요?"


늙은 경찰은 잠시 차에서 내린 남자를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심 형사, 그러니까 조금 전 자기를 심 형사라고 소개하며 현장에 온 남자를 찾았다. 남자는 어느새 저멀리 달리고 있었다. 재롱이가 도망간 방향인데, 재롱이는 어느샌가 다시 전봇대 뒷편 담장 사이에 앉아있었다. 재롱이 입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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