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로마언니'

배우는 사람들 4

by 함께걷는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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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3화까지 <배우는 사람들>을 브런치북으로 연재했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담기지 않았습니다.

제 운영 미숙을 너그러히 이해해 주세요.

고객센터에 도움을 청했는데 바쁘신지 처리를 기다리라고 하고 아직 답이 없네요.

그래서 처음보시는 분은 4화부터 보이실 겁니다.

답이 오는대로 정상으로 돌려볼게요.



배우는 사람들 4화 <내 이름은 로마언니>


"안녕하세요, 물어볼 게 있는데요?"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4년 전 봄입니다.

나를 향해 돌아서는 그녀는 마스크 너머로도 많이 지쳐 보였습니다.


공보 게시판에 붙은 홍보지를 봤다고 했습니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데 지금 신청하면 되냐고 했습니다.

수강생이 직접 오셔서 신청하는 일이 별로 없던 코로나 시절이라 나는 반갑게 그녀를 맞았습니다.

"물론입니다."


간단한 수강신청을 받고, 줌으로 수업을 하니 필요하시면 가르쳐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들릴 듯 말 듯 그녀가 한마디 합니다.

"친절하시네요."


그 수업을 시작으로 그녀는 그림도 그리고, 색채심리도 배웠습니다. 화면 속의 그녀는 말이 없어서 강사님께 가끔 그분을 챙겨주시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조용히 줌 화면 속에서 혼자 있다가, 재미를 잃고 서서히 수업을 빠지다가, 영영 안 나오시는 분이 될까 봐서요.


코로나 팬데믹 시절이라 줌으로 만나는 강의는 생방송만큼이나 손이 많이 가고 긴장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강사의 보조강사가 되어 수업에 댓글창이라도 챙기며 나는 학습자들을 지켜봤습니다.

다행히 각자 자기 집에 갇혀있다시피 했던 학습자들은 줌수업이지만 이 소통으로 힐링되어서 좋다고 하셨고, 강사는 거기서 보람을 느꼈기에 운영자로서도 뿌듯했습니다.





그녀를 다시 본 것은 다음 해 우리 동네 학습공간에서였습니다. 뜨게 수업을 하는 동아리 회원들 속에서 그녀는 밝게 인사를 건네왔습니다.


"이거 쓰실래요?"


작은 털실 수세미를 건네는 그녀는 작년의 그녀보다 훨씬 밝았습니다.


"제가 매니저님 덕분에 마을라디오에서 MC를 봐요!"


글쓰기 수업에서 지역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마을라디오를 소개해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글쓰기 수업에 방송 멘트라도 쓰는데 도움을 받고 싶다는 마을라디오 활동가들이 같이 수업을 들으셨거든요. 그녀는 어느새 그분들에게 다가가서 활동 중이셨어요. 예전의 그녀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 부탁이 있어요."


글쓰기 수업이 끝나고 나니 혼자 글을 써보려 해도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탄탄한 지역 글쓰기 동아리를 찾아서 안내해 드렸습니다. 그 후에 그녀가 들려준 소식은 일주일에 한편씩 동아리 선생님께 글을 제출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합평을 하며 글쓰기를 배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매니저님, 그런데 강사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그녀의 전공은 영어였어요. 이미 학원강사로 다년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었지요. 센터 강사풀에 강사등록 제안서를 내보시라고 안내를 해 드렸습니다. 본업 외에도 성악을 취미로 배우고 있었던 그녀는 팝송과 성인을 위한 생활영어를 녹여서 제안서를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어느 날 그녀는 기쁨에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해왔습니다. 주민자치 프로그램에서 일주일에 한 번 영어수업을 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니 심심치 않게 마을 곳곳에서 그녀의 소식이 들려옵니다. 지역 소식지에서 그녀의 글을 만나고, 마을 축제에서 그녀가 속한 중창단 노래를 듣습니다. 가끔은 그녀가 사회를 보는 마을라디오 녹음본을 보내옵니다.



"매니저님이 제겐 로마언니예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당신의 평생학습에 제가 있었고 많은 배움으로 연결되었다고 하시네요.


모든 일에는 중심이 되는 곳, 기준이 되는 가치가 있습니다.

삶, 사고방식, 문제 해결을 말할 때 평생교육은 직접적인 효과는 고사하고 현실과 동떨어져 서있는 배부른 선비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저는 평생교육이 그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모습을 그녀를 통해 가까이서 지켜봤습니다.


학습자들의 '로마 언니'가 되어 평생교육의 길에서 그들이 각자의 역량을 키워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돕는 것은 로마의 개선장군이 된 것만큼이나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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