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는 무거워서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옮기기 힘들다.
열심히 청소하고 치웠었는데
피아노 뒷 쪽에 먼지와 함께 나도 모르는 추억이 잠들어 있었다.
학생 한 명이 어딘가에서 작은 쪽지 카드를 찾아왔다.
'**오빠 생일 축하해. 김 동생이'
이런 간단한 내용.
몇 년 전까지 함께 했던 전공반 학생들 이름이 확 떠올랐다.
내 기억 속에는 귀여운 초등학생들이었던 아이들.
지금은 중학생이 되어 멋지게 잘 지내고 있다.
잊고 있었던 별명들이 막 생각나면서 즐거운 추억이 떠 올랐다.
전공반 아이들은 못해도 하루에 연습실에 3시간 이상씩 있었기에
연습하는 시간이 지루 할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재미있고, 즐겁게 하려고 이것저것 했던 기억이 있다.
레슨 하면서 이해하기 쉬우라고 춤도 춰주고, 노래도 하고.
그러다가 별명들이 대량생산 되었다.
레슨을 하면서 답답하고 안 되는 부분에 화내지 않으려
작곡가 이름에 아이들 이름을 합쳐서 부르기도 하고,
이름 한 글자씩 따서 부르기도 하고.
'진짜르트'
'라희마니노프'
'차이코프스키언'
'김동생, 김언니'
뭐... 그때그때 바꿔 불러서 다 기억나지도 않는다.
아이들도 서로 그렇게 부르면서 한 번씩 더 웃었던 기억이 있다.
뭐든 재미가 있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항상 즐겁지는 않기에
잠깐이라도 지치고 힘이 들 때 즐거움 하나로 웃어넘기고
다시 파이팅 할 수 있는 원동력이 필요하다.
그때 그 시간에 우리에게는 별명이 작은 파이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