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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i Oct 25. 2023

아무렴 여기에도 있지요, 왕따와 괴롭힘.

[국제학교 Bullying 대처법]

한국에서 이선생, 딸, 며느리, 엄마, 아내였던 나는, 주재원 가족으로 이곳에 오면서 아내와 엄마의 역할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남편의 회사가 안녕한 것과 아이들이 매일 즐겁게 학교에 가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으로 느껴졌다. 반대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으면, 집에서 보내는 나의 긴 하루가 고민과 속상함으로 가득 차곤 한다. 나의 두 딸은 각각 한 번씩 학교에서 또래의 괴롭힘을 경험했다. 학교마다 규칙이 제각각인 호찌민의 국제학교에서, 아이들 간 괴롭힘 문제를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리고 부모는 학교와 상대 부모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적어보고자 한다.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굳이 떠올려 적어보려는 건, 이제 많이 괜찮아져서 적어낼 수 있는 척. 나 자신을 토닥여주기 위해서 인지도.


큰 딸의 경우 3학년 때 베트남 여자친구 두 명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두 아이는 유치원부터 국제학교를 다녀 영어로 잘하고 쿵작도 잘 맞는 단짝이었다. 투명인간 놀이를 시작하겠다면서 내 딸의 모든 말을 무시하거나, 어깨로 치고 지나가기, 혼자 넘어지고 내 딸에게 뒤집어 씌우기 등 선생님의 시야를 피해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식이었다. 친구들이 못살게 군다고 이야기하는 딸에게, 네가 잘못한 건 없어? 행동을 잘 돌이켜봐, 그 친구가 실수한 거겠지, 친해지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닐까? 라며 두 달의 시간을 보냈는데, 혼자 외로웠을 아이에게 난 아직까지도 미안한 마음이다. 친구들을 모아 내 딸을 왕따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이 보였을 때가 되어서야 나는 심각성을 느꼈다. 아이에게 스스로 그동안의 일을 기억나는 대로 모두 적게 했다. 글쓰기 수준이 엉망이어도 자신의 언어로 사실과 감정을 적도록 시켰다. 그리고 그걸 그대로 첨부해 담임에게 메일을 보냈다. 내 아이가 지난 두 달간 겪은 일이고 도와달라고 말했다. 담임 선생님은 매우 적극적인 분이었다. 매일 오전 간식 시간마다 교실에서 내 딸과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누며 간식을 드셨고, 교실에서 전체 아이들을 대상으로 괴롭힘에 대해 가르치셨다. 내 딸과 괴롭힌 아이 둘을 함께 불러 사건 하나하나 사실을 확인하고 사과를 시키셨다. 내 딸은 잘못한 친구에게 충분한 사과를 받았고, 어려운 일은 어른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두 아이 중 주동이 된 아이와는 다음 해에 같은 반이 되지 않도록 학교 측에 요청해 그대로 조치를 받았다.

 

둘째의 경우 2학년 때 한국 여자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같은 반에 그 아이와 내 딸 오직 둘만이 한국 국적이었는데 마침 성별이 같아 금방 단짝이 되었다. 수더분한 그 아이 엄마와 나도 친구가 되어 종종 시간을 보냈다. 그 아이는 한 살 많은 언니라고 거짓말을 하고 모든 상황에서 내 딸을 리드하려고 했다. 내가 이거 하는 동안 옆에 서 있어, 저거 가지고 와, 나 숙제 못했으니 니 거 보고할래 가져와 등과 같이 지시와 명령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리더십 있는 아이구나, 내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으니 괜찮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한국 아이 한 명이 같은 반에 전학을 왔는데,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전학생 아이의 엄마가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내 딸에게 집착이 심해졌는지, 새로 전학 온 아이를 따돌리려고 내 딸에게 몹쓸 행동을 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학생에게 가서 옷 이상하다고 말하고 와, 잘난 척하지 말라고 하고 와 등 왕따 주동 및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이 사건에서 했던 가장 큰 실수는 괴롭힌 아이의 엄마를 만난 일이었다. 그 아이의 엄마와 나는 이미 친분이 있는데, 어떻게 바로 학교에 이야기를 하나. 한국 아이들끼리의 트러블을 학교에 말하기 좀 부끄럽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가해 아이 부모의 반응은 내 기대와 달랐다. 아이의 잘못을 확인하려고도, 인정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학교에 그간의 사건들을 자세히 적어 메일로 보내고 상담을 잡았다. 교사경험이 길지 않은 아이의 담임은 단 한 줄의 메시지나 메일 답장도 주지 않았다. 곧장 유초등부 교장과 면담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첫째 때의 경우와 학교의 대처가 너무나 달랐다. 학교에 일찍이 말하지 않은 나를 질책하며, 이제 모두 학교에서 알아서 할 테니 가정의 개입은 빠지라는 답을 주었다. 그 아이는 내 아이와 교실 내 모든 팀 작업에서 분리되었다. 그런데 내 아이를 더 아프게 했던 건, 이제 그 가해 학생과 전학생이 팀을 이루어 내 딸을 따돌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전학생의 엄마는 돌연 태도를 바꾸었고, 나에게 등을 돌렸다. 내 아이 괜찮아졌으니 모른척해버리는 전학생 엄마로부터 느낀 배신감과 허무함은, 내가 내 주변의 모든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제학교마다 학교 자체의 규정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교육부에서 정한 큰 줄기를 따라야 한다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학교마다 기준이나 상세 정도가 상이하다.  따돌림, 괴롭힘, 폭력, 가스라이팅 등 유형과 강도가 다양할 테니 그 경우들을 모두 나열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내 경험과 주변인들의 경험에 미루어보았을 때, 학교의 대응은 그때그때 다르다. 담임의 재량이 가장 크고, 학년 별 Head Teacher, 교장이 어떤 성향이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내 딸들이 겪은 일보다 더 사소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명의 선생님이 피해 아이의 부모를 불러 단체 면담과 회의를 한 학교도 있다. 어떤 학교냐, 당시 어떤 선생님을 만났느냐에 따라 대처가 복불복이라는 것이 내가 직 간접적으로 겪고 내린 결론이다. 학교의 반응은 닥치지 않고서야 모를 일이지만, 그전에 피해 아이 쪽 부모가 숙지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아이의 사소한 불편함들을 가볍게 듣고 시간을 흘려보내며 외롭게 두지 말 것. 두 번째,  사건의 사실과 감정들을 최대한 자세하게 기록해 둘 것. 세 번째, 상대 쪽 부모와 먼저 만나지 말 것. 네 번째, 학교에 메일을 보낼 때에는 감정 토로 대신에 사실 전달과 확인 요청에 집중할 것. 바로 이것들이다. 메일을 보낼 때에는 단어 선택에 특히 주의하면 좋겠고, 면담 시 학교에 근무하는 한국인 선생님은 도움이 되지 않으니 동반할 필요가 없다. 그들 역시 사측 입장에 있어 나를 편들어주지 않는다.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할 줄 알고 클릭한 독자들에게 결국 복불복이라는 고구마 답변을 적어 송구스럽지만 사실이 그러하다.


큰 아이는 좋은 선생님의 살뜰한 케어가 상처를 많이 보듬어주었지만, 둘째 아이는 아직도 가해 아이 둘의 집 근처에는 가기를 꺼려할 정도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나 몰라라 하는 어른, 방치하는 어른, 등 돌리는 어른의 모습을 보게 한 것은 나에게 쭉 미안함으로 남을 테고, 아이의 상처를 치료해 가야 하는 것 역시 오롯이 우리 가족의 몫이다. 학교의 미온적인 대처를 한국처럼 토로할 상위 기관이 없다는 것이 국제학교가 갖는 한계이고, 절이 싫어 중이 떠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는 점이 안타깝다. 적어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자녀들에게 나와 같은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혹시나 마주하게 된다면, 연락 주세요. 귀기울여 듣고, 같이 울고, 함께 고민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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