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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기있는쫄보 Mar 28. 2022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것들

그리고 마스크로 가려진 나의 진심

코로나.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는 정말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바꿔버렸다.


2020년, 코로나가 처음 퍼졌을 땐 생에 해볼까 말까 한 3개월 유급휴가를 받았고, 가장 바쁠 크리스마스 때는 객실 점유율 50% 까지만 받아야 한다는 정부 규제에 평생 한번 겪어볼까 말까 한 여유 가득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그렇게 다들 코로나가 준 혼란을 겪고 신입들은 절대 공감 못 할 너무 낯선 호텔 풍경을 봤다.


2021년에는 조금씩 적응을 해나가고 있는지 점점 규제도 풀리고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리고 점유율 100% 가까이도 찍었다. 예전에는 늘 겪었던 점유율 100% 였는데 너무 오랜만의 높은 점유율에 혼미해진 정신으로 퇴근하는 것조차 너무 힘이 들었다.


그리고 늘 바뀌었던 정부 규제와 시청 공문. 이것 때문에 바뀐 운영 방침이며 안내문이며 바뀐 부분에 조금 적응하려고 하면 다시 바꾸고, 시청에 전화해서 공문 받고 난리 부르스였다.


그리고 2020년부터 새로운 단골 물음이 생겼다.


“지금 코로나로 여기저기 불안해서 못 가고 있어서 거기 가려고 하는데 소독 잘하시죠? 안전은 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땐 최대한 ㅋㅋㅋ를 쓰지 말아야지 하는데 이번만큼은 참기가 너무 힘들다. 정말 이해 안 가는 한마디. 다들 예민한 것도 알고 있고, 호텔 특성상 다른 사람들이 한 곳에서 하루를 머물고 씻고 먹는 곳이라 불안할 수 있는 것도 이해하지만 저 물음을 들을 때마다 머릿속엔 물음표가 항상 떠다니고, 속으로 웃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불안하면 나 같으면 집에 있겠다.’라는 생각을 절대 멈출 수 없다. 그리고 그럴 때면 나는 혼잣말을 늘 읊조린다. 다행인 건 마스크로 혼잣말을 하는 내 입은 늘 가려져있다는 것이다! 마스크가 없으면 어쩔 뻔했을까!!


마스크.


마스크 때문에 서로 소통이 안되어 한번 말할 거 두 번 말하는 일도 발생한다. 기껏 열심히 다 설명하면 끝에 “네,,? 뭐라고 하셨는지 하나도 못 들었어요,,!”라고 하는 분들이 많지만 다시 설명하는 건 귀찮지는 않다. 당연히 배경음악에, 내 옆 데스크 손님과 대화하는 동료 목소리에, 정신없는 로비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내 입과 코와 귀를 막아 답답하게 하는 마스크가 나에게 주는 유일한 혜택은,,! 혼잣말을 해도 다 가려준다는 점이다. 앞서 올렸던 브런치 글 주제 중 진상 손님에 대해 쓴 글이 있는데 딱 그런 상황에는 나는 열심히 나대로 혼잣말을 한다. 가끔 마스크 없으면 아마 잘하면 적어도 두어 대는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동료들에겐 마스크는 앞으로 벗고 싶지 않다고 할 때도 있다. 눈은 늘 웃지만 내 입은 절대 웃지 않는다. 심지어 하고 싶은 말을 금붕어처럼 뻐끔뻐끔할 때도 있다. 가끔 소리가 났나? 하고 혼자 뜨끔할 때도 있는데 그래도 답답함의 강도는 마스크 덕에 조금 줄어든다.


코로나로 다들 예민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만큼 이상한 사람들도 많아지는 것 같다가도, 나는 예전처럼 똑같이 고객을 만나 응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라 나도 예민해지고, 인내심이 바닥이 났는데 마스크가 그런 나를 보호해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도 마스크는 계속 쓰고 싶다. 하지만 코로나는 얼른 없어졌으면 좋겠다.(무슨 모순적인 말일까) 그러면 너도 나도 지금보다 행복하게 눈을 보고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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