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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콜드 Jan 31. 2022

어딜 가든 무시당하는 노인네 되기

이 글을

어디서든, 그곳을 갑분싸로 만드는 고령자들에게

잘, 나이 들고 싶은 2030대들에게

은퇴 후, 회사를 벗어난 이에게


당시 내 친구는 이직을 준비 중이었다. 퇴근 후, 매일 같이 시간을 내어 자소서와 이력서, 포트폴리오 등을 보강하며 이직에 열을 올렸다.


하루는 그의 부모님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응 지웅(가칭)아. 엄마야. 밥은 먹고?”


“네 먹었죠, 식사하셨어요?”


/“응 우리는 했지. 뭐 하고 있어?”


“밥 먹고 서류 수정하고 있어요”


/“그래?”


친구의 어머니는 잠시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아빠가 잠시 바꿔 달라고 하시네?”


아버지와의 관계가 소원해, 최근 전화한 적이 없던 그는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다.


“그래 지웅이냐?”


“예”


/“이직을 한다고?”


“예, 왜요?”


/“잘 다니고 있는데 이직은 왜 하려고?”


“여기서 더 있으면 물경력 돼서요”


/“글쎄? 거기서 더 다니면 지금보다 연차도 쌓이고 어딜 가든 인정해주니까 그냥 있어라”


“아버지가 제 입장이 돼서 다녀보신 것도 아니잖아요. 여기 있으면 연차 쌓이는 거 자체가 무의미하다고요”


/“힘들어서 그러는 건 아니고? 지웅아, 어디를 가든 다 힘들다. 안 힘든 곳은 없어. 그래도 버텨야지 뭐가 나오는 거야. 아빠는 안 해봤겠니? 아빠는 너 나이였을 때, 억지로 참아가면서 너네 키우고 먹이고 한 거란다”


“아니, 아버지. 힘든 게 아니고, 저도 힘든 건 버틸 수 있는데 이건 힘들고 안 힘들고 개념이 아니라고요. 참는 것도 저한테 뭐 도움이 되는 게 있어야 참는 거죠. 막말로 여기서 10년 차 경력 쌓았더라도, 요즘 3년 차, 5년 차 다른 애들이 저보다 더 뛰어날 걸요? 그걸 보고 다른 기업에서는 누굴 뽑겠냐고요”


/“그럼 네 의지의 문제지. 지금처럼 잘 다니면서, 짬을 내서 공부하고 하면 되잖아”


“그럴 시간이 있어야죠. 일은 반복적인 일만 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틀에 한 번은 야근하다시피 하고”


친구는, 아버지가 한동안 말이 없자, 충분히 이해했을 거로 생각했다.


잠시 후, 그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그럼 다른 회사를 가면 해결이 돼? 아빠는 너만 할 때 그런 고민 안 해봤겠냐, 조금 경력이 차니까 다른 곳이 보이고, 거기가 더 좋아 보이고, 현재 직장이 싫어지고…. 다 그런 시기가 있는 거야. 회사도 생각해봐라, 다 가르쳐놨는데 이제 쓸만한데 여기서 나가버리면, 그것도 도리가 아닌 거야. 아빠 말 듣고 1년만 더 다녀봐라”


“(...)”


친구는 위 아버지의 말을 멍하니 듣고 있다가, “끊을게요”라는 말로 전화를 마쳤다고 한다.



나는 녀석의 이야기를 듣고 친구의 아버지에 관해 생각해봤다. 그의 아버지는 부모로서, 아버지로서 자식이 그저 안정적이길 바랐을 거다. 다만 하나, 내가 아쉽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친구 아버지의 자세다.


아들의 말을 듣고, 그 입장에서 생각해보려는 자세보다, 연장자임을 내세워, 본인의 생각과 가치관을 강제로 주입하려 한 자세를 취한 것이다.




To. 나이 든 내가, 젊은 당신에


먼저 OO해라, 어딜 가든 무시당하는 노인네가 되려면.



내 주변에는,

어딜 가든 무시당하는 어른들이 많았다네.

난 그들과 오랜 시간 함께하며,

다음의 흥미로운 공통점을 찾았지.


1. "나 때는 그랬어"라며 본인의 과거 성공 논리에만 집착했고,


2. "나 때는 됐어"라며 우기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네.


3. 또, 상대자식, 손자, 후배, 부인, 남편, 친구처럼 어리거나, 편한 사이인 경우,

"네가 뭘 알아", "말 좀 들어라 좀"이라 말하며,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네.



나는 젊은 당신이 나이 들면서

사려 깊은 생각을 최대한 멀리했으면 좋겠네.

(‘그저, 나이 든 내게 말을 걸어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와 같은)


당신이 대단한 사람인지,

아닌지 그 여부를 떠나,

'내가 상대방보다 더 낫다'라는 생각을 최대한 지하도록 해.

상대가 연상이든, 연하든, 동갑이든 그 누가 되었든 말이지.


마지막으로 강조하건대,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경청하기보다, 무시하는 자를 취한다면,

어딜 가든 무시당하는 사람에 아울러,

조만간 주변에 사람이 1도 없는 노인네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야.


이것이 젊은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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