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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콜드 Feb 03. 2022

건방진 노인네가 되려면

이 글을

지나치게 쿨한 고령자들에게

잘, 나이 들고 싶은 2030대들에게,

은퇴 후, 회사를 벗어난 이에게


그 일이 생각난다.


일을 마친 나는, 친구와 함께 인근의 시장 칼국수 집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다소 지난 지라, 가게는 두 테이블(노부부, 혼자 온 여성 등)만 차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 언제 갔는지, 가게에는 우리 둘만 남아있었다.


내가 그릇에 입을 대고, 국물을 목구멍으로 넘기는 순간, 문쪽에서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는 우리의 좌측 테이블에 앉았는데, 가게의 여자 사장이 와서 "뭐 드릴까요?"라고 할 때까지,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


"칼국수"


짧고, 간결하게 메뉴를 말한 그는 메뉴가 나오기까지 팔짱을 끼고 기다렸다. 나와 내 일행이 식사를 거의 마칠 무렵, 가게 사장이 그의 앞에 칼국수를 대령했다. 그 순간, 그는 순식간에 칼국수를 흡입하다시피 먹어치웠다.


이제, 우리가 계산하고 나가려는 순간, 난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했다.


"얼마요"


메뉴 명과 가격이 벽 여기저기에, 그리고 주문표에 떡하니 써져있음에도, 그는 가격을 재차 확인하듯 사장에게 물었고, 사장은 4천 원이라 답했다.


가격을 들은 그는, 자신의 외투 주머니를 뒤지더니, 꼬깃꼬깃한 지폐 4장을 꺼냈다. 이후, 테이블에 지폐 4장을 던지며 돈을 건넸다. 무엇보다, 가게 사장은 그가 먹은 칼국수 그릇을 한 손으로 들고, 다른 한 손으로 그에게 돈을 받고자, '떡하니' 손을 내밀고 있었는데 말이다.


사장은 그가 던져놓은 지폐를 칼국수 그릇을 들지 않은 다른 손으로 한 장 한 장 쥐어가며 주머니에 넣었고,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흘리며 부엌으로 갔다.





To. 나이 든 내가, 젊은 당신에


참, 요즘 밖을 나서면 저런 건방진 고령자들이 많이 보여.

아, 많이 보인다는 거지, 당신이 건방진 고령자가 되기 쉽다는 얘기는 아니라네.


위에 이야기를 다시 살펴보지.

젊은 당신도, 저런 겸손은 커녕, 친절하지도 않은 고령자를 상대하고 싶지 않을 거야.

물론, 위 사장은 음식점을 운영해야 해서 어쩔 수 없 입장이었을 테지.


다만, 당신이 그녀의 자식이라면?

그가 가게에 또 온다면, 들어오게 할 텐가?



이런 얘기를 들어봤을 거야.


산삼 밭에 가야, 산삼을 캘 수 있다


부모가 부자면 자식들은 효자가 되고, 부모가 가난하면 불효자가 된다



내가 건방진 노인네가 되는 법을 알려주기 전에,

몇 가지만 묻겠네.


1. 자산이 많은가?

2. 검색하면 나올 정도로 유명한가?

3. 누군가가 당신에게 배울 게 많나?


위 셋 중 하나라도 'YES'라고 대답할 수 없다면,

벌써 건방진 노인네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이네.


산삼도 못 얻고, 배울 것도 없는데,

누구든 당신을 따르려고 하지 않을 것이거든.

그러니 마음껏, 건방진 역량을 펼쳐도 되네.


내가 경험한, 또, 다시는 경험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

위 칼국수집 남자 같은 건방진 부류와 접하기 싫은데,

접하게 되는 경우였다네.

ex) 갑자기, 먼저 (말을 건네는 게 아닌) 시비를 걸 때

ex) 가게에 들어가 주문을 했는데, 음식점 사장인 경우

ex) 일 때문에 만나야 해서 만난 경우


이걸 반대로 활용한다면,

건방진 노인네가 되고자 하는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것 같네.


아는 자든, 모르는 자든, 먼저 말 아닌 시비를 걸고,

음식점 사장이라면 손님 대접을 하지 말 것이며,

일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다면 당신이 갑이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거야.



꼭, 언제, 어디서, 누가 됐든 간에 겸손하지도, 친절하지 마.

이게 나이 들면서 적을 만드는 행동이자,

건방진 노인네로 널리 소문나는 팁이야.


이것이 젊은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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