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을 마치고
책을 발간한 이후, 브런치에 글을 쓰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책을 발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새로운 글을 연재한다는 것도 어딘가 이상했지만, 이런저런 다른 일들을 한다는 핑계로 브런치를 뒷전으로 미룬 나의 게으름이 더 컸으리라.
그러던 중 '평범한 대화'의 유인비를 기억해 주시고 찾아주시는 곳이 몇 군데 있어서, 진짜 오랜만에 수도권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수원과 서울에 위치한 장애인 복지관에서 부모교육 강사로 초대해 주셔서 강의를 준비하는 내내 설레고 반가웠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강의만 해오다가 이렇게 직접 부모님들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하고 말이다.
강의를 준비하며 어떤 내용을 전달하는 게 좋을까 많이 고민을 했었다. 사전에 부모님들의 질문지를 미리 받아달라고 요청을 드렸는데, 수십 명의 부모님들의 질문은 생각보다 심플하고 비슷했다.
형제의 장애에 대해 언제, 어떻게 알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비장애형제가 늘 후순위로 밀리는 느낌이에요.
장애형제와 비장애형제의 다툼을 어떻게 중재해야 할까요?
훗날 비장애형제가 연애나 결혼에 상처받을까 봐 걱정이에요.
부모님들의 질문지를 받아 강의를 준비하며, 나 또한 나의 어릴 적 경험과 엄마와의 추억, 좋았던 기억과 상처받은 기억들을 다시 한번 꺼내 반추해보았다. 우리 엄만 우리에게 어떻게 했었지? 나는 그때 어떻게 이겨냈었지? 하고 말이다. 좋았던 기억에선 다시 한번 미소를 지어보고, 아팠던 기억 앞에선 다소 무덤덤해진... 훌쩍 커버린 나 자신을 발견한다. 지금 어린 비장애형제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며 살고 있을까?
강의를 마치며 나가는데 어머니들이 한 마디씩 코멘트를 해주셨다.
"부모교육을 많이 들어봤지만, 비장애형제에 관한 교육은 처음이었어요."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대로, 지금 바로 우리 큰아들과 일대일 데이트하러 갑니다."
"선생님,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메일 주소를 여쭤봐도 될까요?"
어머니들마다 눈물을 어찌나 흘리셨는지, 시뻘게진 두 눈을 바라보고 있으니 나도 코끝이 시려온다.
그리고 쪽지를 슬쩍 주고 가시는 어머니까지. 내가 더 많이 배우고 깨닫고 돌아가는 것 같다.
강의 내내 나는 부모님들에게 "비장애형제들에게 이렇게 대해주세요, 이렇게 지도해 주세요."라고 전달은 했지만 부모님들의 그 애잔한 마음과 아이들을 향한 사랑을 내가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스친다. 어쩌면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고, 미처 놓친 부분들을 발견하고선 스스로를 책망할 수밖에 없는 게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강의를 마치고선 부모님들의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져 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스쳤다.
강의를 마치고 나오며 이 또한 추억이니 사진 한 장 남겨두기로 한다. 다음 서울 강의 일정이 있어서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후다닥 올라가야 했지만, 모든 일정이 다 끝나고 여유가 생기니 그날의 그 마음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감사한 순간, 그리고 감사한 사람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나의 동생과 부모님, 나와 함께 해 준 모든 이들의 수고 덕분이란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