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의 나는 너무 어렸어서 대부분의 순간들이 이미 기억에서 없어진 지 오래다. 정말 긴 시간 동안 병원에 다녔지만 이만큼의 기억만 남아있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내가 이 기억들이 휘발되는 게 아쉬운 이유는 그 기간이 나에게는 꽤 행복한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100퍼센트 엄마의 희생 때문이었고 엄마의 노력 때문이었다. 덕분에 나한테는 병원 가는 날이 소풍 가는 날이었고 스티커 자랑하는 날이었고 행복한 날이었다. 그 덕에 나는 아팠던 기억은 조금도 남기지 않고 다 잊을 수 있었다. 그냥 행복했던 추억이다.
엄마한테는 어땠을까? 분명 무섭고 힘들고 외로운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가끔 병원 갈 때마다 큰 이모가 왔던 게 기억이 난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나는 나를 놀아줄 사람이 한 사람 더 생긴다는 사실에 마냥 설렜다. 그리고 큰 이모가 오시면 꼭 예쁜 스티커를 갖고 오셨기 때문에 나는 더욱 신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큰 이모가 오셨던 이유는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고 무서워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처럼 어리고 마냥 밝은 막내딸이었던 엄마가 너무 큰 일을 마주해 덜덜 떨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언젠가 용기가 생기면 이 글들을 엄마한테 보여줘야지. 그러면서 나는 엄마 덕에 하나도 아프지 않고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고 마냥 행복하고 즐거웠다고 말해줘야지. 고마웠다고 미안했다고 안아주고 토닥여줘야지. 그리고는 그때의 엄마는 어땠냐고 많이 무섭고 힘들진 않았냐고 물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