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할 때만 펼쳐지는 관계

나는 누군가의 우산이었을까

by 빛담

<우산>


우산은 평소에는 전혀 필요 없는 물건이다.

현관 한쪽에 접힌 채 서 있다가, 비가 오거나 미친 듯이 햇볕이 쏟아질 때에야 비로소 존재를 증명한다.

목적이 생겨야만 호출되는 물건.


평소엔 연락 한 번 없던 사람이 있다.

그러다 갑자기 비가 내리듯, 자신의 사정이 생기면 나라는 우산을 급히 찾는다.

그가 나를 마치 우산처럼 대한다고 느껴질 때, 나는 괜히 속이 상한다. 필요할 때만 펼쳐졌다가, 날이 개면 다시 접혀 버리는 존재가 된 기분이어서.


그리고 문득 생각해본다.

내가 그 사람의 우산이 되어 주었다면, 그 사람도 내게 우산이 되어 주었던 걸까?


돌이켜보면, 반대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내 사정이 급해질 때만 조심스레 전화를 걸고, 해결이 되면 다시 조용해졌던 날들.

나 또한 누군가를 현관에 세워둔 채, 비 예보가 있을 때만 꺼내 들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오늘처럼 비 예보가 없을때, 현관에 세워져 있는 나의 소중한 우산들에게 안부나 전해볼까 한다.

비 오는날 우산을 찾는거야 너무 당연하니까. 이렇게 비 예보가 없을때도 가끔은, 나를 대신해 비를 맞아주는 우산에게 감사 표현을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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