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내가 엄마가 되었네

아이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았고

아이 확진 5일차, 나에게도 증상이 나타났다. 신경 쓰느라 힘들어서 몸살난 걸꺼야. 부인하고 싶었지만

정황상, 증세상 너무나 코로나. 결국 나도 확진자 대열에 섰다.

그렇게 조심했는데.. 엄마 걸리지 않게 쫌! 조심 좀 하라고 아이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했건만...

너 때문에... 내가... 코로나 걸려서... 취소한 일이 몇 개이고 연기한 일이 몇 개인 줄 알아?

너 때문에...


갑자기 서러웠다.

너 때문에 내가 직장을 포기하기도 했었고

그런데 또 너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해서 일을 찾아야 했기도 했고

그러다 다시 너 때문에 그 일조차 마음 편하게 못하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고

경제적 자유를 허락해 주지 않는 남편을 원망해야 하는 걸까

엄마로서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가끔 이렇게 좌절을 안겨주는 아이를 미워해도 될까

뭐하나 마음 편하지는 않네.



흑흑

내가 격리 중이라 그리고 몸도 너무 안 좋아 배달 음식을 시켜 주었는데

밖에서 아이 울음 소리가 들린다.

"엉엉 맛없어, 엄마밥 먹고 싶어" 흐느낀다.

이내 내 방문 앞으로 오더니

"엄마, 엄마밥 먹고 싶어, 엄마밥이 제일 좋아" 한다.

ㅠㅜ

이 놈아, 내가 감동 먹을 줄 알았냐? 아들, 순간 너무 짠해서 마음 찌릿했지만

엄마 이렇게 아프구만 밥 차려달란 말이냐,

이 와중에 나는 밥도 못 먹고 그 정신으로도 제일 후기 좋고 평점 높고 네가 좋아하는 거로

골라 배달시켰고만. 날 좀 냅둬라. 이 놈아ㅠㅜ



그런데 이후로 아들이

갑자기 스윗해졌다.

똑똑

"엄마, 나 잘래. 엄마도 잘 자. 내일 만나"

"엄마, 뭐해? 안 심심해?"

"엄마, 나 학교 갔다 올께, 엄마는 뭐 할거야?"

"엄마, 나는 급식 먹고 왔는데, 엄마도 뭐 좀 먹어야 하지 않아?"

와, 남편아, 좀 배워봐.

내가 가끔 "아들, 엄마 없어져도 아들은 눈 하나 깜빡 안 하겠어" 비꼬곤 했는데

아니었네.

너 때문에 내가 미움에 휩싸여 있었는데

너 때문에 엄마가 사랑을 느끼고 보살핌을 받고 있네.



너 때문에...

사실은 너 때문은 아니지.

내가 너를 낳고 키우는 일은 무언가를 바라고 얻기 위해서가 아니지.

너를 통해 내가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는 것도 아니야.

그냥 내가 잘못되었을 때, 어려운 상황에 부딪쳤을 때

책임을 전가할, 내 마음의 짐을 누군가에게 줘버릴, 후회나 미련 딱지를 덮어씌울 핑계를 찾았던 거야.


너가 아니었으면

나는 희노애락으로는 설명이 안될 그 수많은 감정들을 느껴보지 못했을 거고

세상의 기후변화와 인구문제와 바이러스에 관심가지며 세상의 안녕을 바랄 일도 없었을 거고

그냥 나 하나만 생각하며 조금은 쉽고 조금은 단조로운 생활을 영위해 나가고 있겠지.



너 때문에

나는 내 가족을 생각하며

내 가족이 살아갈 우리나라와 세계의 미래를 걱정해.

비록 그 과정에서 '나'의 일들이 예기치 못하게 틀어지기도 하지만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이야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지 않나! ^^;;

그래도 아들 마음 씀씀이, 말 한마디에 마음 움찔거리는 걸 보면

나도 엄마네, 나를 엄마로 만드는 것 또한 아들이네.

너 때문에 내가 또 비로소 엄마가 되네.



아들아, 너 때문에 비록 엄마가 힘든 순간도 있지만

너 때문에 엄마 요리 솜씨가 좋아졌으니까

얼른 나아서

아들 또 맛있는 거 건강한 거 많이 해줄께.

우리 마주보고 앉아서 맛나게 먹자.

너 때문에 나는 엄마가 되어, 행복이란 걸 느낄 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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