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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Sep 18. 2024

엄마가 만들어 준 소울푸드는?

추석 연휴 마지막은 친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나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친정에 가면 엄마가 해주는 음식들은

짧게라도 영상을 남기겠다고 다짐했다.

앞전에는 엄마의 비빔국수를 영상으로

남겼고 이번 추석에는 엄마표 수제비를

영상으로 담아왔다.


친정엄마는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삼촌들과 5촌 아재들 결혼잔치까지

챙길 정도로 음식솜씨가 좋으시다.

내 결혼식 전 폐백음식을 보낼 때

폐백주문하는 곳에 가서 사진을 찍어와

사진보다 더 예쁘게 폐백음식을

직접 다 만들어 시댁에 보내어 칭찬이 자자했다.

요리센스도 있고 요리의 미도 추구하고

요리를 맛깔나게 잘하신다.


친정 아빠가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제대로 먹지 못할 때도

온갖 음식을 다 해서 병원에 갔고

엄마가 음식을 데우는 냄새를 맡고

다른 병실 환자들이 먹고 싶다며

찾아올 정도였다고 한다.


나눠드리니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라며

감동할 정도였다고 하니

엄마의 음식은 아픈 사람도 치료해 주는

마법의 요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아이들도 긴 추석을 보내면서

외할머니 음식을 먹고 나서야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밥을 먹어본 것

같다며 행복하게 웃는다.

어제는 큰손주가 좋아하는 갈비와

작은 손주가 좋아하는 잡채에 한상 푸짐하게

차려주었고

아침에는 된장찌개 좋아하는 손주들을 위해

고기 듬뿍 넣은 순두부찌개를 만들어 주었다.

점심은 뭘 먹고 싶냐고 하길래

우리 가족은 한 목소리로 수제비를 외쳤고

더운 날 엄마는 우리를 위해서 부추 넣은

수제비를 끓여 주셨다.


점심을 준비하면서도

틈틈이 집에 가져가서 애들 먹이라며

군이 좋아하는 오이부추겉절이, 쬬군이 좋아하는 소고기장조림, 사위가 좋아하는 일미무침, 내가 좋아하는 꽈리무침과 탕국에 된장찌개 한솥을 끓여 챙겨주는 울 엄마


힘들다고 하지 마라고 해도 한사코

챙겨주신다.

엄마가 해주시는 소울푸드가 있냐고

묻는다면 너무 많아서 대답을 못할 정도다.


요리영상을 찍다 보면

너무 고생을 한탓에 손가락에 힘이 없는 걸

보면 마음이 참 아프다.

그래도 자식, 손주, 사위 생각하며 삼 남매

고루고루 챙겨라며 싸주시는 정성스러운 음식들이 한가득이다.


나는 그렇게 가득 싸 온 음식으로

오늘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엄마의 음식은 길면 이틀 정도 우리 가족과 함께 할 것이다.

다 먹고 나면 아이들은 할머니 음식 없냐고 찾을 것이다.

가끔은 나도 엄마의 요리를 전수받아야 하나 생각하지만 따라 해 봐도 뭔가 모르게 2프로가 부족하니 금세 포기하고 만다.


아마도 엄마가 자식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따라갈 수 없어서가 아닌지.


여전히 내 입속에는 엄마의 손맛이 느껴진다.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서도 빨리 왔다 가라는 엄마의 목소리...

우리가 가고 나면 쓸쓸히 아빠 간호하며 아빠 기분을 맞춰줘야 할 울 엄마


제발 건강하게 오래오래 내 곁에 있어주길

밤하늘에 달님에게 빌어본다.


달님...

우리 엄마 아빠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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