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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Jun 15. 2023

요리 좀 했던 여자

오랜만에 칼 한번 들어볼까?

나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원래는 요리를 좋아했었지만

지금은 싫어한다는 게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20대 말 동생과 호프집을 운영하면나는 주방을 맡고 동생은 홀을 맡았다.

그 당시 주방에서 온갖 음식 냄새를 맡으 하루에도 수십 개의 안주를 기계처럼 만들어 냈다.

아마도 그때 나는 요리에 질려 버렸는지도 모른다.

가게를 접은 후 요리를 하기 싫어졌다.


그렇다고 내가 요리를 못하는 건 아니다.

작정하고 요리를 하면 맛있게 하는 편,,,


아이들이 어릴 적엔 영양가 많은 음식 먹이기 위해 아이 위주의 식단을 나름 정성껏 준비했다.

아이들이 커서 어른 식단을 먹게 되면서 요리가 하기 싫어졌다,

귀찮기도 하고 재미도 없고...


그래서 지금도 요리를  하지 않는다.

 드로 저녁을 때우기 일쑤다.


그런데... 오늘 뭔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마트에 들르고 싶어졌다.

(장 본지가 언제인지... 장도 남편이 알아서 봐줘서 진짜 오랫만이었다)


마트에 갔더니 오이를 싸게 팔고 있다.

늘 피클을 달고 사는 아이들이 생각나서 오이 피클을 직접 담아야겠다 생각 했다.


오이 한 봉지 12개 정도 들었는데

맏며느리 밑에서 자란 맏딸에 맏며느리라 손도 크다.

두 봉지를 과감히 집어 들


양파도 두 봉지

간장도 제일 큰 거

식초도 제일 큰 거를 카에 담는다.

그 외 반찬거리도 가득 담았다


이럴 땐 정말 손이 커서 큰일이다.

한번 했다 하면 질릴 만큼 해버리는 게 나의 특기다.


이것저것 장을 보고 낑낑 거리며 집으로 왔다.

우리 집 반려견 버니도 놀란다,

엄마가 장바구니를 가득 들고 오는 모습이 생소했으리라. 늘 아빠만 보다가 나를 보니 버니둥절


먼저 통을 깨끗이 세척해서 닦아놓고

오이랑 양파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닦고

썰기 시작한다,

두 봉지나 샀으니 양이 몇 달은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김치통 한가득 오이와 양파가 쌓인다.

오이가 주라서 오이 한가득


간장과 식초 물 설탕을 적당한 비율로 넣고 바글바글 끓끓인 물 오이통에 부으면 끝이다.


이렇게 쉬운 줄 알면서 하기 싫어서 안 하는 나 반성하게 된다.


출처 박하

맛있게 스며들기를.


매번 노 000에서 피클을 계속 사다 먹었으니

참 한심한 엄마이자 주부이다.

급 남편과 아이들에게 미안해진다.


아이들이 잘 먹게 오이지가 잘 되면 좋겠다.


이렇게 소매를 걷어붙인 김에

간장 요리 두 번째로 큰아들이 좋아하는 메추리알 조림을 만들어 본다.

큰 아들은 둘째와 달리 버섯도 좋아서 버섯도 대량 넣고 졸인다.


출처 박하


명태포도 단짠 단짠으로 볶아낸다.

만들고 보니 간장요리 3 총사가 되어버렸다.

- 너무 심했나?

- 김치랑 먹으면 맛있겠지 뭐

혼자 웃으며 구시렁거린다


출처 박하


간장요리 3 총사를 보 슬슬 배가 고프다.

그러고보니 나도 점심 전이었다.

얼마 전 sns에서 본 호박 팽이버섯 말이가 생각나서 도전해 본다.


호박을 얇게 자르고 팽이버섯을 돌돌 말면 준비 끝

 준비해 둔 호박 팽이버섯에 계란을 묻혀 구워 내면 맛있는 한 끼 반찬 완성


아직 스텐 프라이팬이 서툴러서 못난이로 구워졌지만 팽이의 촉촉함과 버섯의 부드러움이 입안에서 맴돈다.


금방 한 밥을 한 그릇

메추리알 버섯 조림과

호박 팽이버섯 전과

김치를 꺼내


나 홀로 먹는 밥상


- 아~~ 행복하다


차린 것 없어도

꿀맛 같은 밥상

이런 게 행복이지


모처럼 요리해서 그런가 오늘은 남편과 아이들이 기다려진다.


#일상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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