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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Jun 16. 2023

제비 가족이 찾아왔어요

제비야 좋은 소식 가져다 주렴

어느 날 아침

여전히 서늘한 날씨에 다시 코로나와 독감이 유행이라 마스크 챙겨 쓰고 나왔다. 집 앞 도서관을 갈려고 아파트 주차장 입구로 나오는데  제비 두 마리를 만났다.


우리 동네에 제비가 살다니

너무 좋아 가던 길 멈추고 지켜보았다.

 마리 인걸로 보니 부부가 틀림없다.


요즘은 공해도 심하고

논과 밭에 약을 쳐서 제비가 먹을 수 있는 먹이도 없어서 정말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이 아니면 제비를 보기 힘들어졌다.

환경에 민감한 제비가 우리 아파트 앞마당에 놀다니~

너무 반가워 쓰고 있던 마스크도 벗어버렸다



제비 부부는 지프라기며  나뭇가지를 모으는 듯했다.

아마도 어딘가 집을 마련하는 중 인 것 같았다.

제비들이 놀랄까 봐 꼼짝도 안 하고 서서 제비를 관찰했다.

인기척이 느껴지는지 주차장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여러 번 반복했다.


제비는 늘 반가운 존재다.


참새나 벌이 집 처마에 집을 지으면 없애 버리지만

제비집은 지으면 좋은 거라며 그대로 두던 시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거야


그렇게 난 제비 부부를 두 번이나  목격하게 된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행동하는 제비를



며칠이 흘렀다

이 날도 제비를 만났다.

그런데 이날은 유독 나를 경계하는 날갯짓을 보인다~

주차장 안을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는 제비

주차장 안에 뭐가 있나 하고 들여다보니

주차장 입구 전기 박스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그마한 박스 위에 제비가 집을 지었다.

제법 높은 곳에 안전하게 지은 제비부부의 보금자리

그동안 목격한 게 집을 짓게 위해서라는 걸

지푸라기 1000개 이상은 물어와야 집을 지을 수 있다는데 집짓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을까?


너무 기뻤다

-제비가 우리 아파트에 둥지를 만들다니.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둥지를 바라보고 있으니 제비가 날아와 둥지에 앉으니 조그마한 입들이 둥지에서 나온다.

제비 새끼들이다.

제비는 부리는 작지만 입은 크다고 들었다.

먹이를 먹으려고 입을 내미는 모습이 왜 그리 귀여운지.

높아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세 마리인 것 같았다


제비 덩치를 보니 아빠 제비인 것 같다.

그럼 엄마 제비는 어디 있을까?

주차장을 두리번거려 본다

둥지에서 한 5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엄마 제비가 앉아있다.


암컷답게 윤기 나는 털에 단아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천생 여자다.

아빠 제비는 나를 적으로 생각하는지 둥지와 주차장 내부를 왔다 갔다 한다.

불안감을 떨쳐주기 위해  멀리 떨어져 줌을 해서 영상을 찍고 자리를 피해 주었다


제비를 바라보다 문득 걱정이 되었다.

관리실에서 제비집을 없애면 어쩌지?

하지만 그 고민도 잠깐

둥지 아래를 보니  새똥이 떨어진다고 받침을 달아 놓은 게 보인다.

둥지는 다행히 철거되지 않았고 주차장입구라 새똥이 떨어질까 봐  이런 조치를 해놓은 관리소장이 고마워진다.

출처 박하

제비 덕분에 지하주차장 들어오며 꼭 둥지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아기들이 잘 있는지

제비 부부는 아기들을 잘  돌보는지




어느 날 밤

주차장을 들어서는데

제비가족이 또 궁금했다

차를 멈추고 제비집을 올려다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둥지 끝에 아슬하게 앉아 벽에 머리를 기대고 자고 있는 아빠 제비를 만날 수 있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선잠자는 아빠 제비의 모습이 어쩜 그리도 뭉클하던지...

한 번도 두 다리 뻗고 자지 못하는 우리의 부모님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작은 제비도 이렇게 가족을 지키는데 나도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요즘 아침 일찍 나가면 제비부부를 늘 만난다.

아기 제비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기 위해 부지런히 날갯짓을 하고 땅으로 내려오는 일은 거의 없다.

땅으로 내려올 때는 오직 둥지를 만들 때뿐이다.

이미 만들었으니 내려올 필요가 없다.


제비는 하루에 40~60마리의 곤충을 먹는다고 한다.

내가 본 아기 새만 해도 3마리  그럼 제비 부부는 120~180마리의 곤충을 잡으러 다녀야 한다는 말이다. 부부 들 거 까지 포함하면 200마리에서 300마리.

제비부부는 하루종일 먹이 잡는 게 일일 듯하다.

요즘 농약을 많이 쳐서 곤충이 많을지 의문이지만 문수산 아래 아파트라 다른 곳보다는 나을지도 모르겠다.


새삼 제비부부가 존경스럽다.

제비 부부 덕에 나는 가족은 사랑하는 법을 또 배운다.


아기제비들이 커서 날 수 있게 되면 어느 날 갑자기 떠나게 될 제비 가족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 그들을 확인하러 가는 게 나의 작은 행복이 되었다.


그리고 제비 가족 덕분에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에 더 행복하다.


-제비야 이곳에 집을 지어줘서 정말 고마워

네 보는 즐거움이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행복하게 살다가 건강하게 떠나렴



<에필로그>

저녁 9시 주차장을 지나가다 올려다본 제비 둥지

부부가 각각 보초를 서고 있는데

우릴 봐도 도망가질 않는다.

마 벌써 자는건가?


너무 귀엽당



#제비가족

#동물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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