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어느 이른 아침.. 밤새 행군으로 지쳐있어
무조건 집에 가서 자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할 때
울리지 않아도 되는 시간에 나를 찾아온 벨 소리와
불안함을 느끼게 하는 발신자 아내였다
나는 이런 당위성 없는 전화벨 소리에 굉장히 예민한 편이다
그 이유는 내가 살아온 가정환경과 상황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은 모두 이런 비슷한 테두리에서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일단 무슨 일인가 싶어 용기 내어 전화를 받는다
"언제 와?“
"이제 가야지 왜?"
"빨리 집에 와야겠어"
"왜? 무슨 일인데??"
"글쎄 빨리 집에 어서 와" (피곤함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니 무슨 일이냐고!?"
"집에 와서 이야기해" (끝까지 대답을 피한다)
똑같은 대화만 하다가 짜증이 나서 전화를 끊고 서둘러 퇴근
준비를 했다 안 좋은 일에는 극히 예민한 걸 알면서 이야기도
해주지 않는 아내를 원망하며 집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동.. 동.. 동.. ” 구르며 현관문을 여는 순간
아내가 무엇인가를 내 앞에서 수줍은 미소로 내밀었다
처음 보는 하얀 물체에 빨간 두 줄이 선명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어안이 벙벙하며 잠시 생각을 하다가 머릿속이 멍해졌다
환하게 웃는 아내의 모습에 밤새 행군으로 체력적으로
지쳐있고 짧은 퇴근길이었지만 수많은 생각을 하며
무슨 일일까 싶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집으로 왔건만
긴장이 풀리니 드라마에서처럼 화들짝 놀라며 좋아할 틈은
나에게는 없었다 (너무 힘들었다 그날은 유독.. 더)
짧은 시간 다시 정신을 차리고 갑자기 화가 나며 아내에게
톡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전화로 이야기하면 됐잖아!?”
드라마틱한 상황을 생각하며 엄청나게 환호하며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 맞은편에 서있던 사람을
나는 무안하게 하며 끝내 나의 등을 돌리며 방으로 향할 때
엄청 뒤늦게.. 와... 잘 됐네..라는 세계 최고 무미건조한
리액션을 끝으로 나는 씻고 바로 잠들어버렸다
사실 힘들기도 했지만,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임신내 내도 늘.. 그랬다.. 아빠가 된다는 게)
그 실감은 비로소 윤서가 세상에 나와 작은 손으로
내 검지 끝을 질끈 잡아줬을 때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 뒤 아이 심장 소리를 들으러 갔다
아직도 고귀하고 작은 생명이 우리 곁으로 찾아온 신호를
알리는 쿵쾅 쿵쾅의 심장소리가 귓가에 맴돌며 신기하다고
집에 가는 내내 흉내를 내며 그제서야 함께 웃고 즐거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녀석.. 너.. 엄마가 아빠한테 알려주려고 설레면서
기다렸을 때 아빠는 무슨 큰일 난 줄 알고 얼마나 긴장하면서
온 줄 아니? 발도 동동동 구르면서 집에 헐레벌떡 왔다고..
너 그래서 태명은 동동이야
그렇게 소중한 윤서의 태명은 동동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