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평범했던 처음이자 마지막 여름휴가

by Bagette J


돌 무렵 처음으로 윤서와 함께

여수로 장거리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세 식구 처음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에는

아빠의 버킷리스트였던 야구 관람을

옥수수 하모니카를 불며 신나게 응원하며

평범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리고 휴가의 마지막은 퇴근만 하면

윤서가 이상하다며 불안하다는 엄마의

간절한 외침 소리가 사실이 아닐 거라는

증명을 하기 위해 대학병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빨리 끝나고 뭘 먹으러 갈까?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교수님은 버럭 화를 내시더니

너무 늦게 왔다며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우리 부부에게 하셨다


진료실 밖을 나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윤서 엄마를 옆에 두고 수술 일자와 설명을 듣고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윤서는 생애 첫 휴가의

마지막을 수술로 장식하게 되었다


그렇게 윤서는 두개골 융합증이라는 생애 첫

수술을 어이없게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나도 모르게..

터지고 터져 새어 나오던 눈물 자국들

그때마다 쉴 새 없이 밖에 나와 쳐다보았던 하늘

그때는 그토록 맑았던 하늘이 원망스럽게

느껴지던지 믿기지가 않았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15년 8월

윤서는 6시간이라는 대수술은 견뎌내었고

수술은 다행히 잘 되었고 회복만 잘하면

된다고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1주일 뒤.. 윤서 머리에 길게 새겨진

수술 자국과 머리에 박힌 핀들이 익숙해지고

이제 한숨 돌리고 집에 갈수 있겠구나 했을 무렵

수술하고 봉합된 부위가 괴사가 되어

잘라내고 처치를 새로 해야 한다고 해서

윤서는 또다시 수술실에 가야 한다고 하셨다


맙소사! 며칠 전까지만 잘 놀고 흐뭇한 모습으로

윤서를 쳐다보며 소소한 행복을 누리던 나에게

이게 정말 무슨 일인지 너무나 속상했지만

덤덤한척하며 2차 수술을 동의하고 시작했다

쪼꼬미 윤서는 감사하게도 잘 견뎌 주었고

더디 가 했지만 회복도 천천히 잘 이뤄지고 있었다


그때부터 였을까 몸에 좋다는 모든 음식을 전국에서

공수해서 윤서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부터 가리지 않고 먹는 본능이 생기기

시작한 거 같다)

수술 중 피를 많이 흘려 병실에서

아빠 엄마는 해보지도 못한 수혈도 해보고

피 많이 흘렸으니 시장에서 선지도 사다가

코를 막으며 집에서 삶아와서 먹여도 보고

가리지 않고 좋다는 건 정신없이 먹였다


갑자기 찾아온 시련이었지만 윤서는 잘 견뎌내어

주었지만 정작 아빠 엄마는 잘 견디지 못했다

그리고 쉴 새 없이 찾아온 여러 가지의 수술들

더디게 회복하다 몸보신을 하고 나서 윤서는

다른 아이들보다 회복도 잘했고 예후도 좋아서

이제는 수술실에 들어가도 잘 해내고 올 거라는

부모의 주관적인 착각의 믿음이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회복이 느리고 힘들어

진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못한 채..

그렇게 우리 가족은 정말 유난히도 더웠던 그해

여름을 병원에서 보내고 가을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평범했던 세 식구가 온전히 마음 편하게 보냈던

처음이자 마지막 여름휴가 그 이후로는 정말

하루하루 전쟁처럼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이 시간까지..

아빠는 정말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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