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어도 외로운 순간

존재적 고독 인정하기

by Jung Jay

우리는 “대중 속의 외로움”을 경험하곤 한다. 웃음소리가 가득한 자리에서조차 마음은 텅 빈 것처럼 쓸쓸해지고,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마음 한쪽에서는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말이 오가고, 웃음이 교차하지만, 내 마음이 전해지지 않고 상대의 감정도 내게 도달하지 않을 때, 우리는 더욱더 외로워진다. 이런 순간에 우리는 속삭인다.


“지금 나는 외롭다.”


대체 그 외로움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왜 가까이 있지만 닿지 않는 듯한, 함께 있지만 연결되지 않은 듯한 감정이 밀려드는 것일까. 이 글은 바로 그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함께 있어도 외로운 순간의 감정, 그것의 본질은 무엇이며, 우리는 그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탐구이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외로움은 단지 ‘혼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연결의 결핍을 나타낸다. 우리는 누군가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같은 길을 걷더라도 진심으로 이해받고 있다는 감각이 없을 때 외로움을 느낀다. 외로움은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기대가 클수록, 이해받고 싶은 갈망이 깊을수록, 작은 오해나 무관심에도 우리는 쉽게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분리의 공포’를 안고 태어난 존재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어머니와 분리되며 최초의 단절을 경험하고, 그 순간부터 평생 동안 다시 연결되기 위한 강렬한 갈망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는 완전히 타인과 하나가 될 수 없다. 언어는 부족하고, 마음은 각기 다르게 작동하며, 결국 모든 관계는 불완전하다. 그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건강한 관계의 시작이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는 일은 우리에게 쉽지 않은 과제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더 깊이 연결되고 싶어 하고, 그 욕구가 좌절될 때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고고학자들은 인류 초기의 공동체 생활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흔적들을 발견한다. 불을 중심으로 둥글게 둘러앉아 함께 음식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던 삶의 모습은 공동체가 주는 안정감과 소속감을 상징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우리는 디지털 연결망 속에서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정작 진정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들었다. 우리는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지만, 진정한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다. 이 패러독스가 우리에게 끊임없는 외로움을 안겨주는 것이다.


외로움은 사실 연결에 대한 간절한 갈망의 표현이다. 외롭다는 것은 내가 누군가를 여전히 깊이 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외로움은 단절이 아니라, 오히려 연결되고 싶은 마음의 신호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이해받고 싶고,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런 갈망이 채워지지 않을 때, 우리는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인간의 존재는 타자의 시선 속에서만 온전히 구현된다고 말했다. 나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존재를 확인하고, 의미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그 시선이 없거나 나를 충분히 비추지 못할 때, 나는 존재감을 상실한 듯한 불안을 느낀다. 함께 있어도 외로운 순간은 나라는 존재가 타인의 시선 속에서 충분히 인지되지 못할 때 찾아오는 감정이다.


그러나 외로움은 결코 부정적인 감정만은 아니다. 때로 외로움은 우리를 내면 깊숙이 들어갈 수 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나는 왜 외로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누구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었는가에 대한 성찰을 불러온다. 외로움을 통해 우리는 자기 자신을 더 깊이 바라보게 되고, 자기 자신과의 연결을 회복하게 된다. 결국 외로움은 자기 이해의 과정이며, 자기 자신과의 소통이다.


동양 철학자 장자는 ‘제물론’을 통해 만물이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물고, 모든 것이 같은 흐름 속에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외로움조차 결국 우주적인 연결의 일부로 해석될 수 있다. 즉, 외로움은 모든 존재가 겪는 보편적인 경험이며, 결국 우리 모두가 하나의 흐름 속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깨달음으로 안내하는 감정일 수 있다.


자연은 외로움의 순간에 가장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동해 바닷가에 서서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볼 때, 숲 속의 나무 아래 서서 바람을 맞이할 때,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위안을 얻는다. 자연은 판단하지 않고, 말없이 우리를 받아들이며 우리의 존재 자체를 인정한다. 자연의 품 안에서 우리는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그 감정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결국 함께 있어도 외로운 순간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외로움을 부정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외로움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증거이며, 여전히 연결과 사랑을 원하고 있다는 의미다. 외로움을 품에 안고, 그 감정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한다. 우리는 외로움 속에서 여전히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으며, 사랑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하여, 함께 있어도 외로운 순간이 찾아올 때, 조용히 인정하자. 나는 외롭다고. 그리고 그 외로움 속에서, 나는 여전히 사랑을 꿈꾸며 살아갈 수 있다고. 외로움은 우리가 여전히 삶을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가장 따뜻한 증거이다.

이전 10화자연에게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