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해왔다. 하지만 그시절의 나는 몰랐다. 모든 사람들의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을..
대학 졸업을 목전에 둔 나는 무척이나 초조했다. 나만 빼고 모두가 취업에 성공하는 것 같아 보였다. 누구는 아빠가 다니는 회사에 취업을 했다더라, 누구는 CPA에 합격했다더라.. 왜 나는 몰랐을까. 다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렇게 시험공부를 하고 취업을 준비했다는 사실을.
솔직히 몰랐던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노력을 했지만 돌이켜보면 '거짓 노력'이었다. 절실함이 부족했다. 왜 그랬을까. 공부가 싫었던 것도 아닌데 그때는 무척이나 책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의미없는 하루하루를 보냈고, 졸업이 임박했다.
스스로에 대한 회의가 들 때쯤, 목표한 곳은 아니었지만 취업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옥을 만났다.
'사람지옥'.
그시절의 나는 돈이 필요했다. 불쌍한 척, 사연팔이를 하겠다는게 아니다. 단지, 혼자 서울에 올라와 살림을 꾸리는 언니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난 첫 직장 출근한지 얼마되지 않아 그 부서가 어떤 곳인지 느낌이 왔지만 그만두지 않았다. 정규직 취업은 매년 더 힘들어지는 추세였기에 쉽사리 내려놓지 못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만두는 것이 맞았을까란 고민을 참 많이 한다. 물론 과거를 되돌릴 수 없지만, 난 그곳에서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들을 참 많이 겪었다. 물론 덕분에 사람에 대해 배웠고 성장했다. 이제 어떤 회사에 가도, 어떤 사람을 만나도 두렵지 않다. 견뎌낼 자신있으니까. 지금의 내가 있는 이유다.
그 시절의 나 그리고 모두는.. 어느 정도의 지옥을 견뎌내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