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언젠가 너의 때가 온다"는 손담비

'동백꽃 필 무렵'으로 포텐 터트린 손담비에게 듣는 말...

by 시호

지상파 드라마는 더 이상 볼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오로지 KBS, MBC, SBS만을 틀어놓는 노년층에 기대어 기생하고 있는 그들에게 더 이상 좋은 기획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우 공효진이 드라마 복귀를 결심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필자는 공효진이란 배우를, 그가 연기한 작품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특히 '최고의 사랑'과 '주군의 태양'은 보고 또 보는, 그야말로 '애정하는 작품'이다. 그런 그가 복귀를 결심했다니, '동백꽃 필 무렵'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공효진이란 배우 덕분에 보게 된 '동백꽃 필 무렵'인데, 너무도 많은 배우들을 다시 한 번 새롭게 보게 됐다. 그중 단연 최고는 손담비다.


사실 '미쳤어'로 단박에 이름을 알린 그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가수 출신'이란 꼬리표가 늘 따라 다녔다. 나 역시 그 많은 사람들 중 하나였다. 사람인지라 가수 출신에 대한 편견 어린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그가 툭 내뱉는 말 한 마디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편견에 사로잡혀 누군가를 재단하는 것이 얼마나 그릇된 일인가를 새삼 깨달았다.


'동백꽃 필 무렵' 종영을 앞두고 만난 손담비의 말 한 마디가 가슴팍에 확 꽂혔다.


"뭘해도 가수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거에요. 그래서 힘들 때가 많았는데 언니들이 그러더라고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내가 그랬듯 언젠가 너의 때가 온다고. 꾸준히 하다보면 너의 포텐을 터트릴 기회가 올거라고. 그 말을 믿고 10년을 버텼더니 향미를 만나는 날이 오네요. 역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둬야 하나봐요."


사람은 저마다의 기준의 갖고 있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누군가의 눈에는 많은 것을 가진 것처럼 보여도, 결핍은 있기 마련이다.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던 손담비도 배우로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삶에 지쳐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친구들은 "언젠가 너의 때가 온다"며 지치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했다.


그는 뚝심있게 나아갔고 향미를 통해 배우 인생의 꽃을 피웠다. 적지 않은 나이, 과연 앞으로 나는 무엇을 먹고 살아야하나, 직장에서 짤리면 어떻게 하지 등등 수많은 고민들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에게 손담비의 말이 가슴에 와 콕 박힌다.


노력하는 우리 모두에게 기다리면 언젠가 꼭 그때가 오기를, 희망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 시절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