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하나둘 먹을 수록 인간관계의 폭이 좁아짐을 느낀다. 한때는 넓은 인맥을 최고의 자산으로 여길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넓고 얕은 관계보다는 깊고 좁은, 속을 터놓을 수 있는 몇 명의 '내 사람'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언젠부턴가 '내 사람'이라 믿게 된 사람을 위해, 그를 위한 온전한 편이 되어주는 삶을 택했다. 혹 다른 사람이 그를 욕할지라도 나만은 지지자가 되어주리란 마음으로 늘 곁을 지켰다.
이 친구는 그 몇 안되는 내 마음 속 테스트를 통과한, '내 사람'이다. 그런데 딱 10년이 된 2021년 2월, '내 사람'이라 믿었던 그와 손절을 결심했다.
문제의 시작은 잘못된 결혼인듯 하다. 돈에 있어 유독 인색한 친구였지만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너무 지독한 아내를 만난 듯 보였다. 물론 부부의 일을 남이 100% 알 수는 없지만, 직장인이 한달에 500만원 이상의 월급을 가져다주는 모습만으로도 나는 그 친구가 대단해보였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만족할 줄 모르는 여자였다. 이미 아파트도 한 채 갖고 있었지만, 늘 '우리는 중산층도 못 된다'며 입버릇처럼 불평을 늘어놓는 아내 옆에서 그 친구는 어느새 모든 삶의 가치 1순위가 '돈'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결국 그 친구는 매사에 '돈돈' 거리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하나둘 망치기 시작했다. 물론 본인은 그렇게 변한 자신을 알아채지 못한 듯 보였다. 그리고는 함께하는 우리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주기 시작했다. 다 돈 욕심 때문이다. 100을 벌면 그 수익을 함께 고생한 사람들과 나누기 보다는 스스로가 제일 고생하고 희생했다며 100 이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맙게도 그 친구가 독립을 하겠다고 한다. 10년을 가족보다 더 가족처럼 지낸 사람이기에 안 좋게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희생을 감수하고 모든 것을 퍼줬다. 그런데도 그 친구는 떠나는 마당에도 감사함 대신 그간 자신이 희생한 것들에 대한 불평을 털어놓으며 우리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돈.
행복을 살 순 없지만 행복한 삶을 사는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도구.
나 역시 돈이 많았으면 하고 바라는 소시민 중 하나다. 하지만 그래도 돈이 내 삶에서 가장 우선순위가 될 순 없다. 같이 울고 웃으며 고난의 시기를 함께 했던, 나를 지탱해주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오늘 한 명의 10년 지기를 떠나보낸다.
참으로 헛헛하고 공허한 밤이다.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도 돈 앞에서 쉽게 무너지는 10년 세월이라니. 야속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