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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60에 다시 시작하는 영어(1)

나는 영어학원 원장이다


   사실 나는 영어학원 원장이다.

그것도 15년째 영어학원을 운영 중인 원장이다.

15년 차 영어학원 원장이 다시 영어를 시작한다는 것이 무슨 말일까?

이건 일종의 고백과 같은 글이다.









나는 영어를 좋아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영어를 배웠다.

영어는 단박에 나를 사로잡았다.

사춘기시절 내내 귀에 꽂고 살았던 팝송의 가사들을 외우고

영어원서도 즐겨 읽었다.

결혼하고 두 아이에게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고 그 경험으로 영어공부방을 창업했다.

작년에는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는 후배 엄마들을 위해 엄마표 영어 가이드와도 같은 책을 냈다.


오래전 고인이 된 양주동박사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양주동 박사는 처음 영어를 배웠을 때 그 생경함에 충격을 받았다.

3인칭 단수라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 말은 너무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양주동 박사는 추운 겨울 아침, 30리나 떨어진 읍내 보통학교의 젊은 선생님을 찾아가 그 뜻을 알게 됐다. 

우리말에는 없는 1인칭과 2인칭 그리고 3인칭이 있는 영어에 깊이 매료됐다.

나도 그랬다.

익숙한 우리말을 잘했고 책을 즐겨 읽던 내게 영어는 또 다른 미지의 문자였다.

알파벳 덩어리를 읽을 수 있는 수 있는 것이 신기했다.

열심히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과목을 쓰는 난에는 언제나 영어라고 썼다.

대학교 때는 데미안이나 테스 같은 소설들을 영어로 읽기도 했다.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어도 어떤 문장은 어쩐지 나의 마음을 아리게 만들어서 밑줄을 긋곤 했다. 

밤마다 영어성경의 한구절 한구절을 필사하기도 했다.











원어민의 인사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반쪽짜리 영어




   대학교 2학년 어느 봄날 또래 캐나다 여학생의 환영회가 있었다.

그때는 원어민을 바로 옆에서(대화가 가능한 만남) 만나는 것이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었다.

태어나서 처음 원어민과 말을 할 수 있는 자리였다.

나는 딱히 그 여학생과 말을 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옆에 앉게 됐다.

혼자 조용히 앉아 있던 그 여학생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순간 머리가 띵하니 뭐에 맞은 것 같았다.

분명 무슨 말을 듣기는 했는데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끝을 올렸으니 묻는 말일 테고 내가 대답해야 할 텐데

전혀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얼굴이 붉어졌고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슬금슬금 일어나서 그녀 옆자리를 떠났다.



중고등 영어시간에 롤 플레이 형태로 영어 회화를 배웠다.


Youjin : Good morning Minsu!

Minsu : Good morning Youjin. How are you?

youjin : Fine thank you, and you?


이런 형태의 롤 플레이 같은 방식이었다. 

원어민은 없이 우리끼리, 아니 나 혼자 하는 말하기 연습이었다.

나 혼자 민수가 되고 유진이가 돼서 밋밋하게 물어보고 답하는 말하기 연습을 6년 동안 배웠다.

"연습을 배우다" 참 이상한 말이다.

그렇게 배운 영어회화는 실제로 현실에서 원어민이 하는 말하기엔 없었다.

나는 데미안을 읽고 테스를 읽었지만 그 책 어디에도 그녀가 물었던 문장은 없었다.

나의 영어는 읽고(읽기도 그 발음은 전혀 원어민의 그것은 아니었다) 독해는 가능했지만 듣고 말하기는 전혀 가능하지 않았던 반쪽짜리 영어였다.


이제 생각해보면 한 번도 원어민을 만난 적이 없었으니 원어민이 처음 던진 말에 당황하는 것은 당연했다.

한국에 살고 있던 그녀가 한국말을 몰랐던 것이 이상하지 않은 것처럼 한국에 사는 내가 영어를 못 알아듣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못 알아 들었으면 다시 한번 말해달라고 부탁했으면 됐을 일이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영어의 소리들이 내가 읽었던 책과는 너무 달라서 너무 놀랬고 다음 대응을 할 의지를 상실했을 것이다. 게다가 나는 8년을 영어를 배우지 않았던가.

그 이후로 나는 영어를 마음 깊은 곳에 밀어 넣은 것 같았다.

영어 전공도 아니고 영어로 밥 먹고 살 것도 아니어서 영어는 그렇게 잊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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