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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모션 마케터? 그게 뭐 하는 거죠?

by 콩떡아빠


입사 교육 첫날, 인사팀이 선언했다.

"1등 하면 원하는 팀에 보내줄게요!"


1등이라니? 내 인생에서 그런 타이틀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대충 하면 괜히 인사팀에게 찍힐 것 같아서, 열심히 했다.

그런데… 진짜 1등을 해버렸다. 덕분에 원하던 마케팅팀으로 배치됐다. 모든 게 계획대로였다. …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1달 동안, 아무 일도 안 시키는 팀장님



부푼 기대를 안고 팀에 갔는데, 한 달 동안 팀장님이 아무 업무도 주지 않았다.


"파트별로 업무 흐름을 익혀봐." 흐름을 익히라니…? 대체 내 자리는 어디란 말인가.


나는 SNS 마케팅을 하고 싶었고 팀에 SNS 파트가 있어서 적극적으로 어필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뜻밖이었다.


"내일부터 프로모션 파트 업무를 하면 된다."


…네?


처음엔 당황했다.

프로모션이 마케팅팀에서 담당하는 줄도 몰랐다. 심지어 그걸 내가 맡게 될 줄이야.


솔직히 말해, 싫었다.

내가 꿈꿨던 마케팅은 화려한 비주얼, 날카로운 카피, 감각적인 광고, 고객과의 관계 형성 등이었다.


그런데 프로모션은?


"이번 주 20% 할인!"

"적립금 2배 지급!"


… 노골적으로 말해서 그냥 돈을 뿌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홈쇼핑에 입사했지만, 나는 홈쇼핑스러운 마케팅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TV 말고도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해야 합니다!" 같은 거창한 명분을 댔지만, 사실은 TV가 익숙하지 않고 어려워서 피하고 싶었던 거다.


프로모션 마케터, 상상과 현실의 간극


프로모션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현실을 마주했다.


아이디어보다 숫자.

크리에이티브보다 논리.

기획보다 엑셀.

매출 및 이익에 기반한 실무


엑셀만 들여다봤다. 숫자로 가득한 문서들 속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수치들을 조합해 고객 반응을 예측해야 했다.


3개월이 지나도록 프로모션을 ‘세팅’하고 ‘등록’하는 반복 업무만 했다.

머릿속에선 생각했다.


"이게 마케팅이라고?"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방송 MD 부서와는 필연적으로 협업해야 했다.

왜 이렇게 성격이 급하고 강한 사람들이 많은지…


내가 아무리 고민해서 프로모션을 기획해도, MD들이 거절하면 끝이었다.


"이 상품, 프로모션 안 넣을 건데요?"

"고작 이 정도 할인만 지원하는 것일까요?"


내 머릿속의 계획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때마다, 좌절감이 밀려왔다.



실은 나는 광고 전공자였다.

광고 대행사 인턴도 했고, 광고 공모전에서 상도 받았다.


그런데 지금 하는 일은 전혀 달랐다.

화려한 카피한 줄 쓰는 것도 아니고, 감각적인 브랜드 캠페인을 기획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숫자.

그냥, 할인.


…그렇게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프로모션이란 게 정말 단순한 ‘할인 전략’일까?

이 일이 마케팅에서 차지하는 진짜 의미는 뭘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까지, 내겐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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