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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Nov 21. 2021

모슬포 방어축제(최남단 방어축제)에 다녀오다

만 원의 행복

  토요일 아침, ytn뉴스를 보고 있는데 제주도 '최남단 방어축제'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이거다!'

  밖에 나갈 건수를 찾고 있었는데, 방어축제 정도면 가족들을 설득할 근사한 명분이 생긴 셈이다. 끝까지 타운하우스 친구들이랑 놀겠다는 딸을 설득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아들이 따라나선다고 하니 절반은 성공이다. 그렇게 아내와 아들을 태우고 모슬포항으로 차를 몰았다. 매일 느끼는 것이지만 제주도 가을 날씨는 예술이다. 파란 하늘과 길가에 핀 억새, 덥지도 춥지도, 습하지도 않은 날씨는 제주도에 사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내가 사는 애월에서 모슬포까지는 37km, 40분 거리이다. 관광객 모드로 제주도 가을 풍경을 마음껏 감상하며 모슬포항에 도착했다. 

  모슬포 방어축제의 정식명칭은 '최남단 방어축제'이다. 작년에는 코로나 19로 축제가 취소되었는데, 올해는 비대면 축제이긴 하지만 다행히 열리게 되었다. 비대면인 만큼 '드라이브스루'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은 입구에서 확인을 거친후에 도보로 들어갈 수 있다. 우리가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차량이 길게 줄을 서있었다. 아무리 줄이 긴들 무슨 문제이겠는가? 그 자리에서 잡아 떠주는 신선한 방어회를 맛보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기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다. 

제주도 '최남단 방어 축제',  길게 늘어선 자동차 행렬
아들! 여기저기 끌려다니느라고 네가 고생이 많다...

  우리나라 최대의 방어축제인 만큼, 가격과 양이 예술이다. 한 팩에 만 원인데 포장용기에 방어회를 가득 채워 주기에 제법 묵직하다.

  "많이 사서 이웃한테도 돌려."
  인심 좋은 아내 덕분에 5팩이나 주문을 했다. 5팩을 사도 오만 원이면 되니, 이보다 저렴할 수 있을까? 포장된 회를 받고, 아쉬운 마음에 잠시 차를 세우고 행사장을 둘러보았다. 행사장 주변 모슬포항에는 마침 고기잡이 배가 조업을 마치고 돌아와 그물에 걸린 고기를 분리하고 있었다. 지금 조기가 가장 많이 잡히는 철이라더니 그물에는 조기가 가득하다. 아귀, 갈치, 꽃게까지.... 다양한 바다생물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같이 간 아들도 신기한지 한참을 일하는 어민들 어깨 너머로 구경을 했다. 

요만큼이 단 돈 만 원!
한창 조업중인 어부들과 방어회를 손질하는 아주머니

  올해 '제 21회 최남단 방어 축제'는 11월 15일부터 30일까지 16일간 열린다. 제주도 방어와 부시리를 맛볼 수 있고, 부스 한 켠에서는 조기도 판매하고 있어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제주도에 살면 한치, 참돔, 부시리, 방어 등 자연산 회를 계절에 따라 다양하고 푸짐하게 맛볼 수 있어 입만 고급이 된다. 서울에 살 때 그렇게 맛있게 먹었던 광어, 우럭은 이제 거들떠도 보지 않으니 나도 제주사람 다 되었다. 

  집에 돌아와 타운하우스 식구들에게 방어회를 한 팩씩 돌렸다. 

  "뭐 이런 걸 다~!"

하며 기뻐하는 이웃들의 눈빛에서 사람 사는 정을 느낀다.  '기쁨은 나눌 수록 커진다.'고 하더니 이웃들과 정을 나누니 저녁에 먹는 방어회가 더 달고 맛있었다. 


  육지것이 제주도에 살다 보면 가끔 답답할 때가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도 없어 외롭게 느껴질 때면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에 서글퍼지기도 한다. 하지만 제주살이를 하며 알게 된 것이 있다.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제주도에 살지 않으면 가기 힘든 방어축제에도 다녀오고, 이웃에게 기쁨도 나누어주니 다시 마음이 행복으로 차오른다. 11월에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모슬포 '최남단 방어축제'를 방문해 보기를 바란다. 세상에서 가장 싱싱한 방어회를 가장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으니 최고의 여행이 될 것이다. 쫄깃한 방어회를 한 점 입에 넣어본다. 제주의 맛이 느껴진다. 소주 한잔이 생각나는 저녁이다.

  나는 오늘도 제주에서 행복을 만들며 살고 있다.

제주살이 만 원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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