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숲은 언제나 옳다
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아토피가 심한 아이다. 우리 가족이 제주도에 오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아들의 이유도 컸다. 제주도에 내려올 때마다 아들의 아토피가 진정되는 모습을 여러 번 본 아내와 나는 제주도가 아이의 아토피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좋고 싫고를 잘 표현하지 않는 무뚝뚝한 아들이 나무와 숲을 좋아했다. 여름과 겨울 제주살이를 할 때, 비자림로와 금백조로 등 나무가 많은 길을 지날 때면 아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차 창문을 내리고 밖으로 얼굴을 살짝 내밀며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제주도 좋아? 왜 좋아?”
라고 내가 물으면
“나무가 많잖아. 공기가 좋잖아.”
라고 대답했다. 그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의 대답에 우리 가족은 모두 놀랐다.
제주도에 이주하기 전, 제주살이할 때 우리 가족은 사려니숲에 여러 번 다녀왔다. 삼나무가 곧고 촘촘하게 심어진 숲에 들어가면 몸속까지 깨끗하게 정화되는 것만 같았다. 아들과 딸도 이곳이 마음에 들었는지 산책을 하고, 의자에 앉기도 하면서 한참을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특히 아들이 사려니숲을 좋아했는데 아토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이곳에 오면 편안해했다. 우리가 처음 사려니숲에 왔을 때는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니어서 비교적 한적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해, 제주도로 이주했을 때는 제주도 관광명소로 알려져 주차장을 크게 짓고, 관리소를 세우는 등 분주했다. 지금은 언제 가더라도 사람이 꽤 있다.
우리 가족이 이주하고, 처남이 제주도에 놀러 왔다. 과묵한 처남이지만 제주도를 잘 보여주고 싶어서 맛집도 데려가고, 유명한 바다와 박물관도 같이 가며 제주도 투어를 시켜 주었다. 그렇게 4일 정도의 제주투어를 마치고 육지로 올라가기 전날 밤, 처남에게 물었다.
“어디가 가장 좋았어?”
“전 거기가 제일 좋던데. 사려니숲, 도시에서는 절대 못 보는 곳이잖아요. 완전 힐링 되었어요.”
이 말을 하는 처남의 얼굴에서 지친 현대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려니숲이 예전에 비하면 많이 알려졌지만 성산일출봉, 월정리, 천지연, 섭지코지 등 사람들이 많이 오는 유명지에 비하여 아직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그리고 착하게도 입장료가 없다.
만일 제주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사려니숲을 여행계획에 넣어볼 것을 추천한다. 특히 직장생활과 도시생활에 번아웃된 현대인들은 한 번쯤 와볼 것을 권장한다. 우리 현대인들에게는 한적한 숲길을 걸을 시간이 필요하다. 사려니숲은 아름다운 제주도가 감추고 있는 비밀의 힐링 숲이다.
이 글을 읽으며 한 번 상상해 보자.
사려니숲에 깔린 붉은 흙을 밟으며(사려니숲은 붉은오름 입구 쪽에 있어 흙이 불그스름하다)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우거진 숲을 혼자 걷는다.
새소리가 들리고, 맑은 공기가 콧속으로 들어온다.
이름 모를 풀꽃이 피어있고 온통 주위가 자연이다.
급할 것이 없다. 천천히 걸어도 된다.
천천히 걷고 싶다.
사려니숲을 걷는 것은
도시와 직장에 지친 나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다.
제주도 숲은 언제나 옳다.
자, 이제 제주도로 와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