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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Nov 29. 2021

인스타의 성지 '카멜리아힐'에 가다

동백꽃 향기에 취하다.

  요즘 제주도에서 관광객들 사이에 급격하게 유명해진 곳이 있다. 특히 이곳은 20~30대의 여성분들이 좋아하는 곳인데, 인스타 사진의 성지라고 불리고 있다. 이곳에 가면 동백꽃 천지에서 '인생샷'을 남길 수 있기에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는 커플, 여성분들은 꼭 방문한 곳이 되었다. 바로 '카멜리아힐'이다. 

동백꽃의 꽃말은 '그대만을 사랑해'입니다.

  지난 일요일 우리 가족은 '카멜리아힐'에 다녀왔다. 이곳의 명성이 작년부터 점점 높아지더니 이제는 제주도민들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명소가 되었다.

  "우리도 한 번 갈까?"

  아내의 제안에 잠시 망설였던 이유는 

  '아이들과의 여행에 어울릴까?'

  '괜히 갔다가 애정 충만한 연인과, 한껏 멋을 내고 사진을 찍는 여성분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생각은 기우였다.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오후 2시,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제주도 관광객 돈은 여기서 다 쓸어 모으겠는걸?"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연인, 여성분들만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어긋났다. 상대적으로 연인과 여성분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처럼 가족단위이거나 어르신이 많았다. 특히 나이가 지긋하신 어머님들이 많았는데, 아마도 그것은 '동백꽃' 때문일 것이다. 여성분들은 나이가 들 수록 꽃을 좋아하는 것 같다. 50~60대의 아주머니들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그렇게 화분을 많이 키우시는 것은 나이가 들어갈 수록 식물과 꽃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20~30대의 여성분들이 꽃을 배경으로 자신의 인생샷을 남기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중년과 노년의 여성분들은 그냥 꽃 자체를 사랑하시는 듯한 느낌이 든다. 동백꽃 앞에서 소녀가 되어 웃고 있는 어머님들을 보며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동백꽃 천지 카멜리아힐

  '동백나무 몇 그루 심어놓고 카페에서 커피나 팔겠지.'

하는 나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일단 카멜리아힐 자체가 너무 컸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땅 크기만 본다면 서울동물원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렇게 넓은 곳에 각종 아름다운 동백나무와 꽃나무, 식물들을 잔뜩 심어 놓았으니 바라만 보고 있어도 안구가 정화되는 느낌이다. 그렇게 안 나가겠다고, 집에서 닌텐도나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던 아이들도 막상 예쁘고 넓은 곳에 오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이내 웃고 떠들며 장난치는 사이좋은 오누이가 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사이 좋은 오누이

  처음에 이곳에 갈 때는 멋진 사진을 많이 찍을 생각이었는데, 사진을 찍을 곳이 너무 많다보니 나중에 사진은 뒷전이 되었다. 그냥 동백꽃과 아름다운 자연을 편안하게 감상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사진 때문에 정작 보아야 할 것을 못 보고,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카멜리아힐에 가면 야외의 아름다운 동백 정원을 볼 수 있고, 온실 안에 가꾸어진 다양한 꽃과 식물을 볼 수 있으며, 정원 전망대에 올라 서귀포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카멜리아힐'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자연이 만든 야외 미술관이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카멜리아힐'을 방문할 마음이 생겼다면, 이곳을 가는 날의 일정은 여유있게 계획하기 바란다. 되도록 천천히, 오래 머물며 이곳을 느끼기를 바란다. 1~2시간 안에 사진만 찍고 돌아가려 한다면 이곳을 제대로 누릴 수가 없다. 온실에 마련된 카페에서 꽃 향기를 맡으며 차 한잔을 하고, 각양각색의 동백나무 아래에서 사진을 찍고, 넓은 잔디운동장에서 마음껏 달리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보는 것도 좋다. 


  올 때는 망설였지만 동백꽃이 지천인 아름다운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오기를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역시 제주도는 나와야 제주도다. 밖에 나와야 제주도를 느낄 수가 있다.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이 되어야 

  더욱 선명한 빛을 내는 동백꽃,

  이것은 제주도가 주는 겨울의 선물이다. 

  동백꽃 향기에 취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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