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찾아온 거친 손님, 그 이름은 힌남노!
제주도에 살면 화창한 가을을 맞이하기 전 꼭 겪어야 하는 연례행사가 있다. 바로 태풍이다.
우리 가족이 제주이주를 한 첫해 맞은 태풍은 '솔릭'이었다. 태풍 '솔릭'은 우리 가족을 충격에 빠뜨렸다. 40평생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강도의 태풍, 나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하고 공포에 떨었다. 재미있는 것은 제주도 사람들에게 '솔릭' 정도의 태풍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 뒤로 매해 강한 태풍은 계속 찾아왔다. 제비, 콩레이, 다나스, 타파, 미탁, 링링... 등등.
지금 태풍 '힌남노'가 제주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겪었던 태풍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강도라는데 도대체 어느 정도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내가 제주도에 살며 맞아본 태풍도 충분히 상상초월이었다. 매년 태풍을 겪으며 난 제주도 사람들에게 놀란다. 제주토박이 주민들은 태풍에 절대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심지어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에게는 매년 찾아오는 조금은 거친 손님일 뿐이다.
서울에서 근무할 때 태풍이 온다는 뉴스가 있으면 학교가 휴교를 하고는 했다. 아파트 창문에 X자로 테이프를 붙이고 신문지로 창문 틈새를 막고 태풍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날 저녁, 태풍이 지나간 줄도 모르고 아내와 나는 항상 같은 말을 했다.
그런데 태풍 언제 와?
지금껏 겪어 보지 못한 강도의 태풍이 제주도를 관통한다고 하는데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월요일 정상등교를 한다. 아내가 근무하는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태풍이 제주도에서 가장 센 때가 다음주 화요일 새벽이라고 한다. 화요일 등교여부는 월요일에 출근해서 상황을 지켜보자고 한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강도로 태풍이 와야 학교가 휴교를 하는 것인지 궁금할 지경이다. 참 제주도 사람들은 강인하다.
작년에 태풍 '찬투'가 제주도를 관통한다고 해서 휴교를 한 적이 있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고 태풍까지 온다고 하니 내린 보기 드문 결정이었다. 물론 그때도 교사는 정상 출근이었다. 전날 밤 엄청난 비와 바람에 한숨도 못자고 출근을 한 나는 제주 토박이 선생님이 학년 회의에서 하신 이야기에 제주도분들을 우러러 보게 되었다.
이 정도 태풍에 휴교 하니까 좀 민망하다, 잉~!
제주도 이주 5년차, 아직 진정한 제주도민이 되기에 나는 아직 멀었다. 월요일부터 제주도가 태풍 영향권에 든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제주도는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다. 금요일 저녁 걱정되는 마음에 테라스에 설치된 수영장을 철거했다. 마당 여기저기 널려있던 물건을 모두 창고에 집어 넣었다. 아직 오지도 않은 태풍을 대비하는 내가 제주 토박이 분들이 보기에는 호들갑스럽게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아직 태풍이 두렵다.
또 다시 찾아온 거친 손님, 그 이름은 힌남노!
"나 지금 떨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