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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Oct 04. 2022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곳, 우도

우도에서 차박을 하다.

  우도는 우리 가족에게는 특별한 곳이다.

  제주살이 초반, 섬 생활에 적응이 힘들었던 우리 가족은 힘들 때마다 우도에 갔다. 우도에 앉아 제주도를 바라보고 있으면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우도에 갈 때마다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다. 그 인연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개천절 황금휴일, 우리 가족은 특별한 여행을 계획했다. 우도에서의 차박! 우도를 갈 때마다 펜션을 예약했던 우리에게 이곳에서의 캠핑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원래 2박을 하기로 계획했었는데 성산 지인과의 갑작스러운 만남에 1박은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신양섭지 해변'에서 보냈다.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바다에서의 차박이라..... 날씨까지 환상이었던 까닭에 내가 든 생각은 한 가지였다.

  '참 사치스럽다.'

  비록 지붕 위 텐트와 카니발 차 안 숙소이지만 이보다 사치스러운 뷰를 가진 숙소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싶었다.

성산일출봉 앞 차박여행

  아침이 밝고 우리 가족은 우도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우도는 갈 때마다 설레는 곳이다. 우도에 도착한 우리는 당연하게 우도의 작은 책방 '밤수지맨드라미'로 향했다. 책방 사장님과 친분을 나눈 지도 어느덧 5년이나 되어서 우리가 갈 때마다 사장님은 반갑게 웃으며 맛있는 커피를 공짜로 내려주신다. 사장님이 선택한 감각적인 여러 책들을 살펴보고 한 권 구입해 책방 의자에 앉아 읽고 왔다. 책방을 나와 우도에 올 때마다 묵었던 '하얀산호펜션'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펜션에 묵지 않지만 펜션에서 운영하는 카페에 앉아 우도 바다를 바라보며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관광객으로 혼잡하던 우도는 저녁 6시 관광객들이 돌아가면 조용한 섬으로 바뀐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자 우리 가족은 캠핑을 준비한다. 우도 잔디밭은 우리 가족의 야외 식당이 되고 루프탑 텐트는 바다 앞 멋진 2층 숙소가 된다. 예전의 우도는 저녁 7시만 되어도 깜깜했는데 우도도 많이 변했다. 예쁜 조명이 밝혀진 카페가 있어 커피나 한잔 할 생각으로 향했다. 하루 영업을 마무리 하시려던 주인 부부는 우리 가족이 들어오자 활짝 웃으며 친절하게 맞아 주신다. 여기서 우리 가족은 생각하지 못한 인연을 만났다. 몇 마디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시던 사장님 부부는 아예 가게문을 잠그며 말씀하신다.

  "얼른 앉으세요. 우리 같이 맥주 마셔요."

  이렇게 우리 가족은 우도에서 또 다른 인연을 만들었다. 밤이 깊어 아이들이 잘 시간이 되어 아쉬운 인사를 해야 했지만 한 시간이 조금 넘는 그 시간은 마음이 가득해지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음에 저희 올 때는 아예 시간 비워두세요. 밤새 마셔요."

  이 말을 남기고 카페를 나왔다.

우도 카페 '마르보다'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쉽게 열게 한다.

  우리가 여행을 가서 여행자들이나 현지인들과 쉽게 이야기를 하고 친구가 되는 이유는 모두의 마음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지인 제주도에 살지만 우도에 가는 것은 또 다른 섬 여행이기에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받아들인다. (사연이 길어서 이 글에는 다 적지 못하지만 우리 차 옆에 똑같이 루프탑 텐트를 편 부산에서 온 가족과도 인연이 되어 서로 연락처를 교환했다. 곧 만날 것 같다.) 사람을 새로 알게 되고 만나게 되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지만 참 특별하고 설레는 일이다.


  우도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왜 가는 곳마다 연락처를 교환하고 약속을 만들지?"

  그러자 아내가 말한다.

  "그러게, 당신 많이 변했어. 피곤하지 않아?"

  아내의 말에 웃으며 말했다.

몰라,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그냥 이대로 살 거야. 얼마나 재미있어?


  우도는 언제나 우리에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준다.

  여행이 좋다.

  우도가 좋다.

  그리고.... 제주도가 좋다.

 

  몰라, 그냥 이대로 살 것이다.

다시 가고 싶은 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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