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증후군과 드라마
나는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드라마를 보게 되면 다음회가 궁금해지고 다음주가 기다려지고
시간에 맞추어 tv앞에 있어야 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무언가에 빠지면 잘 헤어나오지 못하는 내 성격을 잘 알고 있기에 아무리 재미있는 드라마가 있다고 해도 의식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무엇인가에 집착하고 싶지 않았다.
요즘 들어 참 무기력했다.
직장에서 돌아오면 침대에 누워 멍하니 있고 싶다. 그러다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면 허무함이 밀려온다.
'아, 오늘 하루도 그냥 이렇게 갔구나!'
소진증후군!
이러한 현상을 전문용어로 이렇게 말했다. 무슨 일을 해도 의지가 없고 에너지가 없는 상태, 나는 지금 소진증후군이다.
드라마를 찾아 보게 되었다. 어디에서가 들은 '일상이 무기력하다면 드라마를 봐라.'라는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시간이 한참 지난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를 유튜브 한번에 몰아보기로 시청을 했고, 1편부터 정주행했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명대사와 ost에 빠져들었고 은은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감동에 허우적댔다.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하여 슬퍼하고 기뻐하고, 억울해하고 통쾌해했다. 그렇게 드라마의 세계에 빠져드는 동안 마음이 치유되고 머릿속이 비워졌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남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하는구나!'
남의 이야기와 인생에 공감하고 응원하는 사이 자신도 살아갈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 그것이 드라마의 힘이다.
한동안 글쓰는 것이 막막하고 두려워 마냥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굳이 해야 하나?' 라는 생각에 무기력하게 노트북 화면 커서만을 바라보던 때가 잦았다. 하지만 다시 노트북을 열어 무엇이든 끄적이고, 지금 이렇게 스터디카페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 드라마를 보는 사이 내 안에 에너지가 차오르고 있었나 보다. 이제 번아웃된 내면에 다시 열정과 의지를 채워넣어야겠다.
오늘밤, 잠시 미루어 두었던 동화원고 파일을 열어보아야겠다.
일상이 무기력하다면 드라마를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