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더욱 그러해서 내가 근무지를 옮기거나 상대가 옮기면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함께 있을 때는 잠시라도 보지 못하면 어떻게 될 것처럼 거의 매일 만나고 밥먹고 차마시고 술마셨는데, 몸이 멀어지면 다 멀어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원래 인간관계가 그렇지.'
라고 깨닫게 되지만 그것도 잠시! 다른 사람과 친분을 쌓고 또 다시 어리석은 인간관계를 지속한다. 두뇌 회전이 빠르고 계산적인 사람들은 이러한 이치를 미리 알고 상대에게 크게 정을 주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예전에는 '참 냉정하다. 야속하다.'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런 사람들이 부럽다.
학교는 회사와는 다른 좀 특이한 면을 가진 조직체이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나 교직원들은 4~5년을 주기로 인사이동을 하기에 아주 길어봐야 '4년 친구'이다. 함께 있을 때는 간이나 쓸개까지 모두 빼줄 것처럼 하지만 떠나고 나면 그만이다. 관리자라고 불리는 교장이나 교감도 마찬가지다. 매년 1~2월 인사철이 되면 교감과 교장은 부장교사 임명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일반교사는 이 시기를 매우 조심해야 한다. 언제 교감, 교장으로부터 전화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부장만 해주면 1년동안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줄 것처럼 말하지만 관리자가 을이 되는 시기는 업무분장을 하는 딱 1개월이다. 일단 부장교사와 업무, 학년이 모두 구성되면 그때부터는 관리자와 일반교사의 위치가 원위치로 회귀한다. 업무에 실수라도 있으면 얄짤없다. 그것이 사회인 것이다. 사실 이러한 글을 쓰면서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하고 싶지 않다. 이것은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라 조직에서 근무하는 직장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하려면 나에 대한 정의를 먼저 내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 내가 매우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이라면 두루두루 얕고 넓게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면 된다. 어차피 이러한 성향의 사람은 친한 사람이 떠나가거나 새로운 사람이 다가와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독립적이며 감성적인 내향형의 사람이라면 자신의 성향을 빨리 깨닫고 사람에게 깊은 정을 주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성향은 사람으로 인하여 상처와 스트레스를 받을 확률이 높다. 이것은 누가 옳거나 그른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성향일 뿐이다.
나는 매우 독립적이고 감성(감정?)적이며 혼자있기를 좋아하는 은둔형의 사람이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제주도에 가족만 데리고 와서 잘 살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낯선 곳에 살면 외로움을 느낀다고 하는데 나는 설렘을 느낀다. 그리고 한곳에 오래 살게 되어 아는 사람이 많아지고 익숙해지면 쉽게 피로함을 느끼고 또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어 한다. 어찌 보면 역마살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내 성격은 스스로 인생을 고단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인간관계에 있어 무거움이 없어 홀가분하기도 하다. 나는 최대한 나의 인간관계를 light하게 만들고 싶다. 주말마다 결혼식 참석 문제로 고민하고 싶지 않고, 장례식에 가야할 지, 아닐 지로 갈등하고 싶지 않다. 어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으로도 보일 수 있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타인에 대한 문제로 고민하고 상처받으며 살아왔는가? 이 사람이 친한가, 아닌가......
주말에 일이 있어 경기도 부천이라는 낯선 곳에 왔다. 길을 거닐다 우연히 보게 된 '별빛마루도서관'에 오니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에 가슴이 벅차 오른다. 오랜만에 혼자 있는 시간! 이 시간이 너무도 그리웠다. 자리에 앉아 노트에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니 잡다한 고민과 생각이 비워지는 느낌이다. 직장생활이나 대인관계로 지친 현대인들에게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조용한 곳에 앉아 사색하고 글을 쓰면 머리는 가벼워지고 가슴은 에너지로 차오른다.
현대인들이여, 지금 인간관계가 heavy하지 않은가? 만일 그렇다면 덜어낼 필요가 있다. 지금 휴대전화의 연락처 목록을 살펴보자. 그리고 정말 중요한 사람 외에는 과감하게 삭제해 보자. 분명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인간관계에 있어 light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