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행복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편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설렘이 사라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 나는 제주 바다에 발 한 번 담가보지 못했다. 처음 제주도에 왔을 때는 바다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어쩌다 바다에 가도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뿐 가까이 가지 않는다. 제주도 사람들이 애써 바다를 찾아가지 않는 이유가 언제나 곁에 있기에 익숙하기 때문인데 이제 나도 제주도 바다가 익숙한 모양이다.
직장 일이 많아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는 요즘, 오랜만에 아내와 단 둘이 제주도에서 가장 핫하다는 카페를 찾았다. 제주도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제주도 외곽의 관광지에 가니 제주도는 여전했다. 사람들로 바글대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니 나도 덩달아 관광객이 된 듯한 느낌이 들어 설렜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풍경을 바라보니 온갖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다.
'이렇게 여유롭게 살려고 제주에 내려온 건데 지금 나는 뭐하고 있는 거지?'
소중한 것을 잊고 눈앞의 현실만 보고 살았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뜩 드는 것 같았다. 카페를 나와 바로 집으로 돌아오려다 운전대를 돌려 가까운 바다로 향했다. 해수욕장도 아닌 해안도로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려 잠시 바다를 바라보았다.
제주도 바다는 항상 그대로였다.
"제주도 바다는 참 예쁘다. 그치?"
하고 묻자
"그럼!"
고개를 끄덕이는 아내. 주변에 차를 세우고 차박을 하는 관광객과 같은 기분으로 서있었다. 처음 제주도에 왔을 때는 기분이 울적하고 생각이 복잡할 때면 제주도 어디든 차를 몰고 달렸다. 몇 시간을 바닷가 벤치에 앉아 있다 오기도 했고, 성산일출봉에 혼자 올랐고, 배를 타고 가파도, 우도, 비양도, 마라도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그렇게 부지런히 제주도 이곳저곳을 누볐다. 그때는 지금보다 상황이 좋지 않고 힘든 일이 많았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니 참 열정적이고 행복했던 시간이다. 지금은 모든 주변의 상황이 안정적이고 편안한데 그때보다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면
결국 행복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주해 제주의 까만 돌담만 봐도 설레고 맑은 하늘에 가슴 벅참을 느꼈던 그때가 그립다. 제주이주 첫해 학교에서 퇴근하는 아내를 기다렸다가 차에 태워 성산의 해안도로를 달리던 때가 그립다. 그때 보았던 바다의 노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지금도 제주도 저녁 하늘은 똑같이 노을로 물들지만 그때만큼의 전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내 마음이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그때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제주도의 모든 것을 가슴 뛰고 감동적으로 느꼈던 열정 가득한 나로 돌아가고 싶다.
제주도는 변하지 않았다.
제주도 바다는 항상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