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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Sep 24. 2024

나는 자발적 외로움을 택했다

제주도에서 은따로 살기 

  지난 9월 1일 바디프로필을 찍었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도 바프를 찍는 것이 힘들었던 것은 내가 직장인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다양한 회식 자리에 참석을 하고 술을 마시다 보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 많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8월 초 온 가족 앞에서 '술을 끊겠다' 는 약속을 한 후 지금까지 한 방울의 술도 입에 대지 않았다. 버킷리스트였던 바프도 찍었다. 놀라운 일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것은 내가 제주도에 살기에 가능한 일이다. 분명하다.


  나는 자발적 외로움을 택했다. 제주도와 전혀 연고가 없던 내가 이곳 섬에 내려와 살고 있다는 자체가 스스로 외로움을 선택한 일이다. 외지인이 제주도에 살면 장점이자 단점이 외롭다는 것이다. 아무리 교통이 발달했다고 해도 제주도는 비행기나 배를 타고 와야 하는 섬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제주도 여행이 큰 이벤트인 것은 변하지 않은 사실이다. 이런 곳에 덩그라니 우리 가족만 살고 있으니 얼마나 외롭겠는가?

  하지만 외로움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육지에 살 때보다 인간관계로 피곤할 일이 별로 없고 내 의지에 따라 자발적으로 외로워질 수도 있다. 실제로 나는 7월 중순부터 8월 하순까지 가족을 제외하고는 단 한 건의 약속도 잡지 않고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한 달이 넘는 시간을 운동하고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누렸다. 

  서울에 살았다면 가능했을까?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수시로 불러내는 지인과 직장동료, 이웃까지...... 동굴로 혼자 들어가려 한다면 다른 사람과 갈등의 벽에 부딪히게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40중반이 넘은 나이에 하루 여섯 시간씩 운동을 하고 버킷리스트를 완수해낸 것은 내가 제주도에 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휴가가 끝나고 직장을 다니며 예전과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나는 타인과의 약속을 잡지 않았다. 당분간은 이렇게 약속 없는 생활을 할 예정이다. 지난 금요일 회식을 거절했다. 감정적으로 별로 가고 싶지 않은 자리였기에 거절의 방법을 고민하다가 내가 선택한 방법은 간결함이었다.

  "저는 참석하지 않겠습니다."
  이 짧은 한 문장으로 거절했다. 이 문장을 적어 메신저로 보낼 때는 잠시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보내고 나니 그렇게 속이 후련하고 홀가분했다. 거절도 해본 사람이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구차한 변명을 대지 않고 의사를 전달하니 오히려 깔끔한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 이유를 물어본 사람도, 자리를 다시 권유한 사람도 없었다. 

요즘은 술집이 아닌 조용한 카페에 있는 것이 더 좋다.

  6년을 넘게 제주도에 살며 내가 알게 된 것이 있는데 제주도 이주민은 절대로 제주도 토박이와 같아지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될 수도 없으며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제주도 사람들끼리도 시앳것(도시사람), 촌것(촌사람)이라며 서로 구분짓고, 제주시와 서귀포시 사람들끼리도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육지것이 어딜 감히 제주사람이 되겠다고 할 수 있겠는가? 가장 현명한 방법은 이주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제주도에서의 행복을 누리고 사는 것이다. 제주 이주 1~2년차, 제주 사람처럼 그들의 공동체 안에 온전히 스며들고 싶어 섣부르게 다가섰다가 상처 받으며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 우리 가족 나름의 방법으로 제주도에서 살게 된 후 제주살이의 행복은 배가 되었다. 


  내가 제주도에 내려온 것은 분명 자발적 외로움을 택한 것이다. 그것이 싫었다면 이 섬에 내려올 필요가 없었다. 나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은따로 살고자 한다. 그것이 내가 제주도에서 만족을 누리며 사는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인간관계에 상처 받고 지친 사람이 자신을 돌아보며 살기에 좋은 곳이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며 자신을 위해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은 곳이다. 사람이 인생을 사는 것에 정답이 있을까?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성공한 것이고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실패한 것일까? 자신의 인생이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오직 자신만이 정의내릴 수 있으며 타인은 그런 정의를 내릴 어떠한 권리와 자격도 없다는 것을 인생을 살며 깨닫고 있다. 


  나는 자발적 외로움을 택했다.

  나는 자신에게 집중하며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싶다.

  그렇게 내 자신이 만족하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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