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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Nov 17. 2024

예중 합격생 부모의 주말

그냥 물 흐르듯이 살자.

  딸이 제주도에서 가야금으로 서울에 있는 예술중학교에 합격했다는 것이 제주도민 사이에서도 신기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지난주 매일 아침 딸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횡단보도에서 교통봉사를 하시는 한 정당 소속의 도의원 후보분이 교통봉사를 하다말고 내게 다가오셨다.

  "이번주 토요일에 근린공원에서 음악회가 열리는데 혹시 혜현이 공연이 가능할까요? 특별 출연 시키고 싶어서요."

  말씀해 주신 날짜를 보니 공교롭게 그날 다른 곳 공연이 예약되어 있었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토요일이 다가왔다. 

  이번주 토요일은 아내와 나도 강연이 있어 아침 일찍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다. 3시간 정도의 강연을 마치자마자 딸을 태우러 집으로 왔다. 공연 복장을 갖추고 가야금을 차에 실어 아트홀로 향했다. 소공연이었지만 리허설을 해야해서 또 대기! 한 시간 정도의 리허설 후에 딸이 무대에 올랐다.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던 탓에 피곤이 몰려왔다. 공연을 마치자마자 집에서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으로 차를 몰았다. 그때 아침봉사를 하시는 정치인분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이라도 오세요. 바로 무대에 올려드릴게요."

  그 말에 우리 가족은 다시 공연장소로 이동했다. 숨을 돌릴 사이도 없이 옷매무새만 점검하고 바로 무대에 올랐다. 딸아이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으며 우리 부부가 매니저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운전기사, 아내는 코디네이터! 

  음악을 하는 아이를 자식으로 부모는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야 된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 피곤함이 몰려왔다. 하루에 공연을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와 아내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집앞에 있는 호프집으로 가서 시원한 생맥주를 들이켰다. 

  "우리 인생도 참 고단하다!"

  주말에도 정신없이 바쁜 우리 부부를 보며 헛웃음이 지어졌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마음은 허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행복한 바쁨이야. 그치?"

  딸아이로 집에서 뒹굴대는 여유가 사라지기는 했지만 자신의 꿈을 쫓아 부지런히 걷는 자식의 모습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나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식이 뭐라고!

  한때 내 꿈을 파이어족이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아이 악기도 사줘야하고, 레슨비도 내야 하고...... 

  그 꿈은 진작에 날아간 것 같다.

  요즘은 머릿속의 생각을 덜어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냥 스트레스 받지 말고 내게 주어진 상황과 모든 일에 만족하며 물 흐르듯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찌보면 그것이 현실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사는 현명한 방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 다짐해 본다.


  그냥 물 흐르듯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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