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유통기한이 있다.
꼭 내 성격이 그런 것만은 아닌데 요즘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사적인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 특히 같은 직업, 내 나이 또래와의 대화는 딱 질색이다. 40대 후반의 교사, 교육공무원인 그들의 대화는 비슷하다. 승진점수를 얼마나 쌓았다거나 누구는 장학사 시험을 보았다거나 또 누가 승진을 했다거나. 나처럼 떠돌아 다니며 남들과 다른 교직인생을 살았던 사람은 그 대화에 끼어있다 보면 소외감을 느낀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주변에서 하는 말,
"선생님도 이제 하셔야죠?"
회사원이나 공무원처럼 커다란 조직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보상은 승진과 연봉이라고 했던가?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승진과 연봉을 택하지 않아도 직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행복이나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도 있기에 그것은 단순히 개인 선택의 영역이다. 얼마전, 충주맨으로 유명한 김선태씨가 퇴직을 한다는 소식이 큰 화제가 되었다. 청와대에서 불렀다느니, 정부의 고위직으로 간다느니 하는 말들이 돌아 그가 어떤 선택을 할까 관심있게 보았다. 개인적으로 팬이기도 했고 퇴직을 선택한 그를 응원했던 나는 조금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김선태씨가 역량을 마음껏 펼치기를 기대했다. 청와대에 갈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전문 유튜버의 삶을 선택한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더 그의 팬이 되었고 응원했다.
직종은 다르지만 공무원으로 20년을 넘게 살아왔던터라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겠지만 그가 느껴왔던 공무원 사회의 답답함과 경직성을 나도 느끼고 있다. 공무원은 퇴직 이후에 유튜버를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하니 이런 의식을 가진 조직에서 무한한 상상력과 잠재력을 어떻게 펼쳐 보일 수 있겠는가?
나는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직장동료와 무난하게 잘 지내는 밝은 교사이지만, 학교를 벗어나면 교사의 테두리를 벗어나고자 노력한다. 내가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이유도 교사가 아닌 나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30대에는 퇴근후에도 직장동료와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고 심지어 주말에 여행도 같이 갔다. 지금 생각하면 뭐하며 살았나 모르겠다. 어차피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면 다 멀어질 인연인데 뭔 시간을 그리도 많이 쓰며 살았는지. 그때는 그렇게 잠시라도 떨어지면 어떻게 될 것 같지만 우리 직장인들은 다 알고 경험하지 않는가? 누군가 이직을 하는 순간, 모든 것이 멀어진다는 것을. 그러고 보면 분명하다.
인간관계는 유통기한이 있다.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지는 모르겠지만 40대를 넘어 50대를 바라보는 직장인으로서 앞으로는 더 자발적 은둔형 인간으로 지내고자 한다. 별로 마시고 싶지 않은 술을 마시며 직장동료를 헐뜯고 남을 험다하거나 불필요한 이야기로 시간을 흘려보내느니 혼자 있는 시간을 늘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사람으로 지내고자 한다. 가뜩이나 체력도 에너지도 부족한데 다른 사람에게 에너지를 쏟느니 나에게 온전히 쏟으며 사는 것이 자신을 위한 현명한 삶일 것이다.
어차피 인생, 혼자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