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평생 살아온 틀과 관념을 부수자.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헤르만 헤세-
회사에서 팀 전체가 분기 실적을 맞춰 포상휴가로 태국 방콕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태국에 도착해 하루는 코끼리 서커스를 보러 가기로 했다. 나는 코끼리 쇼를 보면서 신기했던 게 코끼리는 엄청난 힘을 가진 동물임에도, 서커스 내내 조그만 말뚝에 매여 꼼작도 하지 않고 조련사의 지시에 맞춰 움직이고 있었다. 자세히 말뚝을 보니 허술한 사슬로 매여져 매듭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듯 보였다. 마치 매듭은 묶여있는 시늉만 낸 것처럼 보였다. 나는 가이드에게 왜 코끼리가 나무 말뚝을 뽑고 탈출하지 못하는지 물어보았다. 가이드는 태국을 여행 온 사람은 한번은 코끼리 쇼를 보러오기 때문에 코끼리를 길들여 상품화하는 일이 발달해 있다고 했다. 인간보다 힘센 코끼리를 다루기 위해서는 새끼 코끼리 때부터 단단히 묶은 사슬을 말뚝에 묶어 놓는다고 했다. 처음에 새끼 코끼리는 사슬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지만, 몇 번 안간힘을 다해 잡아당겨 보다가 아무 소용이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벗어나려는 일을 포기한다고 한다. 이후에는 새끼 코끼리는 당연히 말뚝에 쇠사슬이 묶여있다고 생각해서 달아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는 완전히 성장하여 힘이 몇 배나 강해지고, 자기를 묶어 놓은 사슬이나 말뚝은 있으나 마나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인간이 강요하고 지시하는 공연을 평생 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코끼리의 머릿속에는 영원히 사슬이라는 틀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다.
이세돌이 은퇴하고 펴낸 <이세돌 인생의 수읽기>에서 AI(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2016년 3월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바둑 대결에서 내리 패배한 이세돌 9단은 당시 충격을 이렇게 회상했다. 아직 두 번의 대국이 남았지만, 이미 패색은 짙어 보였다. 처음 알파고와 대결을 제안받았을 때만 해도 그는 아직 인간이 우위에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자신감은 곧 금세 위기감으로 바뀌었고, 이후에는 단 한판이라도 알파고를 꺾어보기로 했다. 이세돌은 이전 대결에서 알파고가 보여준 작은 버그를 파고들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된 4국에서 “정수”를 두는 대신 알파고가 버그를 일으킬 확률이 높은 기존에 “틀”을 깨는 수를 두어 마침내 알파고는 79수에서 치명적인 버그를 일으키고 패배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이세돌은 AI를 이긴 최초의 인간으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정작 이 9단의 마음은 착잡했다. 이제 인간이 주도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은퇴를 결심한 순간이었다. 은퇴 이후 한 강연에서 은퇴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생각의 한계를 이야기했다. 평생 바둑을 두었지만, 어려서부터 틀에 갇힌 바둑을 하였다. 틀에 갇힌 바둑으로 인간을 이길 수 있었지만, 알파고의 인간이 가지고 있지 않은 한계를 뛰어넘는 틀을 벗어난 바둑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를 느꼈다. 그리고 한가지 크게 깨우침을 얻는 건 우리의 한계는 스스로가 정하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정하지 않을 때 확장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모두가 한 방향으로 고정관념이라는 생각의 사슬에 묶인 채 끌려다니며 살았는지 모르겠다. 내 의지가 아닌 외부의 힘으로 누군가 저 방향으로 걸어가니 나도 따라 걸어가야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의문만 품은 채 걸어갔다. 내가 정말 좋아한 걸 하면서 살아왔는가? 내가 가고 싶은 학과를 선택하고 후회 없이 공부하고 졸업했는가? 졸업한 후에도 내가 원하고 행복한 일을 하고 있는가? 누군가가 가는 길이 답이라고 생각하고 틀에 갇혀 앞만 보며 따라간 게 아닌가? 취직하고 회사원이 돼서 매달 월급을 받는 일이 어쩌면 아기코끼리가 커서도 나무 말뚝에 묶여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끊임없이 생각하고 의심해야 한다. 우리는 의심하지 않으면, 고정관념이라는 틀에 갇혀 95%가 생각하고 사고하는 길로 끌려가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 정답은 없다. 내가 생각하고 경험하고 꿈꾸는 길 그 길을 끝까지 헤쳐나가 이루는 사람만이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믿게 되고 내 진짜 삶을 쟁취하게 된다. 회사의 월급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 보라. 다른 세상이 있다고 굳게 믿어라. 내 생각의 사슬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변화를 갈망하라. 변화를 갈망할 때 다른 길을 마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