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같이 여행 갈까?

엄마의 엄마에 의한 엄마를 위한 엄마와의 여행계

by 지담
저기~ 너무~ 이쁘다.
어머~ 침 넘어가. 저거 맛있어 보인다. 그치?

우리 엄마는 여행 프로그램을 참 좋아라 하신다. 주말마다 내가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틀어놓고 있으면 엄마도 옆에 와서 같이 앉아 저렇게 추임새를 넣곤 했다. 언젠가부터는 혼자서 여행 프로그램만 골라 보고 있더랬다.


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30대다. 평범이라고 해야 할지, 수준 이하라고 해야 할지, 그냥 조금 다르다고 해야 할지 헷갈리지만 어쨌든 특별하지 않은 건 확실하다. 많이 다니지는 못했지만 여행을 좋아하고 늘 여행에 목말라 있으며 여권 만료기간이 가까워져 티켓팅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스카이스캐너를 뒤적거리는 나는 여행을 참 좋아한다. 엄마 데리고 여행 한번 가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가까운 동남아라 할지라도 2인 경비를 혼자 감당하기에는 경제적 타격이 너무나도 크다. 그리하여 내가 생각해 낸 방안은


'엄마와의 여행계'


차후에 내가 돈을 더 쓸 일이 있을지라도 이렇게 같이 모으면 가장 큰 비행기표와 숙박을 부담 없이 해결할 수 있다. 엄마는 흔쾌히 그리고 아주 기쁘게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시작은 월 5만 원으로 책정하였다. 내가 맨 처음 외국 땅을 밟은 곳은 유럽 대륙,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가까운 일본은 한 번도 가본 적도, 관심도 없었다. 그러던 중 제주항공 세일 기간에 접어들었고, 왠지 모를 경쟁심에 나도 한번 껴들어봤다. 회사에서도, 퇴근해서도, 잠들기 전에도... 하지만 접속조차 쉽지 않았고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제 되나 싶으면 더 이상 넘어가지 않는 페이지. 2~3일쯤 지났을 때였나? 회식이 끝나고 새벽 3시쯤 늦은 듯 이른듯한 귀가를 하고 취중에도 불구하고 나는 노트북을 켜고 다시 도전!! 의지의 한국인!!! 사실 가고 싶은 목적지도 날짜도 아무것도 정해놓은 건 없었다. 그저 싼 항공권을 갖고 싶은 욕망으로 시도했을 뿐. 후쿠오카가 어딘지, 뭐가 유명한지, 나의 여행의 목적은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일단 그렇게 항공권을 쟁취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없고 그렇게 싼 가격도 아니었는데 좋아라 했던 나. 근데 또 주말 끼고 3박4일 치고는 나쁘지 않았던 가격인 것 같다. 여행은 약간의 즉흥성도 필요한 것 같다. 시작한지 몇 달 되지 않아 아직 돈도 제대로 모이지 않았던 그때. 엄마와의 여행은 모든 걸 내가 다 준비하고 진행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엄마와의 여행계'는 그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젊은 날 자식 키우고 돈 벌고 제대로 여행도 못 가본 엄마. 나 혼자 놀러 다니기 미안했는데 이 정도만 해도 참 다행이지 않은가 싶은 게 나의 생각.

엄마~ 딸내미 시집가지 전까지 한번 가 봅시다~
(이러다 시집 못 가진 않겠지...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