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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Jan 11. 2019

사가, 거기가 어딘데

20170813

나에게는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시도 때도 없이 주구장창 만나는 한 무리의 친구들이 있다. 10년도 넘었지만 흘러간 시간이 무색할 만큼 우리끼리는 여전히 철 없고 무모하며 똘끼 충만하다.

그들 중 일부와 떠나는 첫 해외여행.

우리가 사가에 가게 된 이유는 그 기간에 가장 저렴하게 검색 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연유로 우리는 무작정 사가에 가게 됐다.

여행이 늘 그렇듯 비행기표를 산 순간부터 여행의 설렘은 시작되었다.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미리 밝히자면 우리는 술을 즐긴다. 도착하자마자  뭐든 먹을 생각에 공항에 일찍이 집합했지만 요기는 간단히 하기로 한다.

이 날 이후로 공항에서 내가 즐겨먹게 된 비비고 김밥. 비싼 공항 물가에 대비해 재료가 알차 떠나기 전 허기를 달래기 딱 좋았다.

한 줄로 셋이서
가자~가자!!
티웨이 타고 슝~!!


생각보다 오래 걸렸던 입국 심사. 작은 도시인 만큼 취항 항공사가 적어서 한글 안내도 잘 되어있고 공항 버스도 비행기 도착 시간에 맞춰 잘 배차되어 있었다. 작은 버스를 타고 시내 터미널로 이동하는 동안 바깥 풍경을 보며 조금은 이국적이면서도 시골 친적집 가는 길의 고즈넉함을 느꼈다. 터미널은 아담했고 그 안에서 우리는 빠르게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배가 고팠고 술이 고팠다.

비루 쿠다사이


첫날 숙소는 에어 비엔비를 예약했다. 근데 이게 단독이 아니라 호스트가 머무는 집에 방만 구한거라 장단점이 있었다. 첫 에어비엔비 이용이었고  위험하다는 기사들을 본 이후라 안전한 호스트가 있는 집을 친구가 선택했던 거 같다. 배도 채웠겠다 동네 구경도 하면서 가는길에 사진도 찍고 즐겁게 숙소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때까진 몰랐지. 우리가 길을 헤맬것이란 걸.

이땐 몰랐지. 즐거웠지.


설정해 놓은 지도 어플의 목적지엔 다른 가정집이 덩그러니 있었고 우린 당황하기 시작했다. 인적도 없고 해는 저물기 시작하고 슬슬 초조해져 갔다. 그 와중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 나올법한 백발의 할머니가 우리를 주시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뭐지.

동네 마실을 나온 듯한 할머니는 우리가 헤매는 듯한 모습을 보고 도와주시려 한 것이다.

대화는 안 통하고 어딘지도 잘 모르겠고 결국 할머니는 집에서 지도책을 들고 나오셨고 걷다걷다 근처 화원? 꽃가게?에 들려서 대신 길을 물어봐 주셨다.

해결은 호스트와의 문자로 결말지어졌다.

이대로는 스스로 숙소를 찾을 수 없다고 느낀 우리는 호스트에게 문자를 보냈고 다행히도 우리를 픽업하러 와 주시기로 했다.

도와주신 할머니 감사합니다.

이때 난 현장을 기록하며 관찰자의 입장에 있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입성. 여기서 우리는 큰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첫째, 술을 마시러 나가야 한다.

둘째, 술을 사와야 한다.

이 두가지의 중요한 미션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

호스트는 중년의 일본인 남편과 중국인 부인 같았다. 중국어와 일본어가 왔다갔다 했고 우리와는 짧은 영어로 안내를 해 주었다.

해가 지니 인적도 불빛도 많지 않았고 일단은 마트를 물어 다녀오려고 했는데 친절하게도 부인께서 동행해 주셨다. 그리고 우리가 장을 봐오자 젠자렌지용 팝콘을 튀겨서 가져다 주셨다.

우리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제 어떡해? 우리 술 마시러 나가야는데 미안해서 어떻게 나가?

첫날 밤을 이렇게 보낼 순 없다. 나가야 한다.

여기서 친절한 호스트가 같이 투숙하는 에어비엔비의 단점이 나온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이미 7시가 넘은 시각이었고 2시간 안에 돌아오기로 우리끼리의 약속을 한 뒤 산책을 빙자하여 술을 찾아 숙소를 나섰다.

사가가 원래 이런 동네인가? 그냥 시골 마을 인건가? 왜 걸어도 걸어도 가게가 안 나오지?

술만 있다면 보이는 곳 아무곳이나 들어가자!!

그래서 우리가 찾은 곳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이뻤던 빨간 지붕 가게. 일본은 피자가 유명하지.


이 동네 맛집인지 주민들로 보이는 손님들이 많았다. 우리는 배는 불렀으므로 간단히 마르게리따 피자 한판 시켰는데 왠걸.

피자 맛집인가 보다.

내 입맛에 너무 찰떡이어서 피자의 반은 내가 먹은 것 같다.

그 와중에 옆자리 손님들이 투명한 액체가 담긴 글라스를 가지고 있다.

저건 뭘까? 무슨 술이지? 물어 볼까?
저건 무슨 술이에요?
물이에요.
아...크크크크크크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

술쟁이들 술욕심이란...

우리의 옆으로 뒤로 가득한 손님들
맛있는 외출이었다


나름 성공적 외출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2차.

숙소는 2층 집이었고 우리 침실은 2층에 2개였는데 먹는데 집중해서 사진을 못 찍었다.

저 날 장보며 실패한 것들이 있었으니...

그 중 가장 큰 실패는  물!!!!

물인 줄 알고 샀는데 탄산이 없는 소다수 맛 같은 달짝지근한... 아니 너무 단 이상한 물이었다.

다음날까지도 들고 다니다 결국은 버렸다.


설레는 첫 여행에 싸구려 잠옷도 맞춰서 들고 온 우리들. 의상으로 일본 여행의 분위기를 한껏 더 올리며 마지막은 테라스에서 와인까지 배부르게 먹고 첫날을 꽉 채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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