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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Oct 18. 2019

다케오의 밤

오늘은 소고기를 먹자!!

검색해서 찾아간 고깃집은 프라이빗한 룸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메뉴판의 사진은 다 고기요~ 글씨는 읽을 줄 모르니... 그냥 느낌으로 찍어서 몇가지를 시키고 사케도 적정 가격선에서 뭔지 모르지만 많이 먹는다는 걸로 1병 주문, 나를 위해 하이볼도 한잔.

고기는 맛있었지만 간이 좀 쎘고 하이볼은 위스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향이 너무 강했으며 사케는... 더 몹쓸 향이 났다.

야채구이가 제일 맛있었고 흰쌀밥이 맛있었다.

그러다 마지막에 시킨 조금 비싼 고기.

 어머!! 이거야!!

우리가 원했던 건 이런 생고기였는데 읽을 줄을 모르니 조금 저렴한 양념된 고기만 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배부르게 먹고 난 뒤라 진짜 고기는 맛만 볼 수 밖에 없었다.

먹고 남은 사케는 많이 킵핑되어 있었지만 우리는 다시 올 수 없으니 테이크 아웃을 했다.

도대체 이런 화장품 향이 나는 사케를 사람들은 왜 좋아하는 걸까.

이게 왜 인기가 있는 걸까.

(1년 뒤에 후쿠오카의 한 술집에서 안 사실이지만 우리가 먹었던 이 사케는 내가 그토록 궁금해하던 고구마 소주였고... 내가 상상했던 그 어떤 맛도 아니었다. 다시는 안 먹기로 해요.)

3명이서 사케 한병, 하이볼 한잔, 고기 4인분? 야채, 밥 해서 10만원정도 나온거 같았는데 소고기에 병술까지 했으니 크게 비싸게 먹은거 같진 않지만 처음부터 알고 생고기를 먹었더라면 돈이 더 나왔겠지.

이걸 먹었어야 했다


밖으로 나왔더니 비가 내린다. 걷다보니 폭우가 쏟아진다. 아무데나 들어가자 해서 들어갔는데 아저씨들 회식하는 분위기 같아서 나왔다. 비를 뚫고 또 다른 가게로 들어갔다.


여긴 왠지 맘에 드는데?
근데 메뉴가 너무 많다.


작은 가게 안에 벽면 한가득 메뉴가 적혀있고 동네 주민들 같은 손님들이 2테이블 앉아있다.

그래. 우리가 원하는 소박한 가게.

뭘 시킬지 몰라 우왕좌앙 하다 배가 부르니까 간단하게 에다마메부터 시키자.

야~~~ 깔깔깔깔~ 크크크크크크

잭과콩나무인가... 계속 자라날 거 같은 비주얼의 에다마메가 커다란 볼안에 얼음속에 꽂혀 줄기채 등장했다. 우연히 들어온 가게에서 우리는 놀라움과 즐거움, 기쁨을 아주 사소한 곳에서 만났다.


일본의 생맥주는 우리나라에 비해 비싼 편이라 가게에선 적당히 마시려고 했는데 기분 좋게 취하다 보니 늘어나는 술잔과 안주는 어쩔 수가 없었다. 안주를 다 읽을 수 없으니 친구가 띄엄띄엄 단어로 얘기해서 대충 주문했는데 보드라운 계란말이는 맛있었고 소바는 면치는 재미로 먹고 닭날개는 실패. 어설픈 일어로 주문해서 뜻하지 않은 메뉴가 나왔다. 마지막 계란에 낫또를 올린 피자같은 비쥬얼의 안주는 꽤나 맛있었으나 우리의 배가 한계점을 찍기 직전이라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거나하게 취해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인터넷에서 봤던 꼬치 가게가 보인다. 이미 곤드레만드레가 된 우리는 까짓거 가자!! 하고 3차를 간다.

하지만 진짜진짜 배가 부르다. 여기도 분위기는 참 좋은데 역시 메뉴는... 알아서 고르기로 해요. 기본안주는 오이참치샐러드가 나왔다. 배만 안 불렀어도 안주로 맛있게 먹었을텐데...

배부름과 취기에 뭘 먹었는지도 모르게 꼬치 3개에 맥주를 마시고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나오고 말았다. 하지만 가격은 착하지 않았던 거 같은데 사실 우리가 뭘 먹었는지 얼마인지도 잘 모르겠다.

이럴거면 그냥 숙소에 갈 걸 생각하면서도 기억은 가물가물해도 사진이 기억하니까. 그리고 저 날 가장 취했던 내 친구 한명은 저기서 취중명언을 남겼다.


정신 똑바로 차려. 이거 하나면 맥주 피쳐 하나를 마실 수 있어!!

라고 말하고는 장렬히 전사하였다.

이제 가자.


다행히 숙소 근처에 있었던 꼬치집. 동네가 작아 돌아다니기 좋았던 다케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그 밤.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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