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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섬세 Aug 18. 2021

인종차별이란

무지는 타인에게 날카롭다

한국은 인종차별이 없어.라고 말할 수 있다는 사람들을 보면 궁금하다. 

관심이 없는 것일까 혹은 정말로 모르는 것일까.


슬프게도 인도인에 대한 차별은 경험에서 시작된다. 우리 학교의 본 캠퍼스를 가면 지역이 GTA의 끝에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인도인이 많은 동네다. 그 캠퍼스는 입학시험 때 딱 한 번 가봤는데, 버스 정류장에 서있기만 해도 인도인 특유의 냄새가 났다. 냄새도 냄새지만 여자 혼자 돌아다닐 때의 그 시선들이 너무 진저리가 난다. 한국 지하철에서 느껴지는 아저씨들의 끈적한 시선과는 비슷하지만 다른 류다. 정말 뚫어져라 쳐다본다.


한국 보도에서 눈을 뗄 수 없던 2020년 2월은 통학할 때 마스크를 쓰면 같은 칸에 있는 사람들이 바퀴벌레 보듯 흩어졌다. 다행히 나는 겪지 않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이틀에 한 번, 하루에 한 번쯤 같은 과 동기들이 오늘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었다. 커뮤니케이션 수업 때 단어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인도인 중에 한 명이 장난을 치면서 굳이 코로나를 언급하면서 우리 영역을 침범했다. 노발대발하면서 교수에게 이야기하고 학교에도 신고할 거라고 했는데, 교수의 대처가 피해자에게는 친절해서 고마웠고 가해자에게는 단호했다.


나의 시선이 어떤 인간에게 차갑듯이 나와 같은 아시안 여성도 누군가에게 멸시 어린 시선을 받는다. 코로나 초기에는 아예 밖에 잘 나가지 않았고 1년 넘게 은둔했다. 집이 가장 안전했고, 평화로웠으며 동시에 답답했다. 


미국의 인종차별 범죄는 캐나다에서도 자주 나타나며, 그저 폭력사태로 번진 것들이 매스컴을 탈뿐이다. 특히 시골로 갈수록 더 아시안이 적기 때문에, 주에 따라 더 심하게 번지기도 한다. 해당 주가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를 체크하다 보면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캐나다도 인종갈등이 만연한 나라인데, 미국처럼 엄청나게 폭력적인 사례가 나오기보다는 암암리에 벌어진다고 생각한다-작은 사례들이 자잘하게 더 자주 일어난다. 특히 흑인에게 심해서 이야기가 나오지만, 코로나 시대 이후로 아시안도 만만치 않다. 


CBC에서 #FaceRacism을 표방하며 2016년에 'Are we racist?'라는 실험카메라를 진행한 적이 있다. 지역별로 인종에 따른 렌트비 차이, 상점 대응 등을 실험해 본 40여 분의 영상이 있는데 흥미로워서 학교 친구들에게 권한 적이 있다. 백인들은 주로 인종차별이 없다고 생각하며, 아랍계는 불특정 다수에게 테러리스트로 간주된다. 특정 시골로 갈수록 흑인에 대한 차별은 더 심해진다. 아시안과 백인, 흑인은 같은 집을 같은 리얼터(부동산 중개인)를 통해 구하려고 해도 다른 옵션으로 소개한다. 영어 이름에서 취업할 때 라틴계인지, 아랍계인지, 아시아계인지, 백인인지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름에 따라서도 인터뷰 기회가 다르게 주어진다. 한국에서 이력서에 사진을 올리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https://youtu.be/WjmDwWUhEpg


한국은 차별 문제가 만연한 나라다. 단일 민족은 예전에 끝났고 사실 마주하지 않는 성차별, LGBTQ 차별, 학력차별, 인종차별(동남아, 아프리카계), 종교 차별(무슬람),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노동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존재한다. 여기 와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무지하기 때문에 내 주변에 없다고 간주했던 것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돌아보건대 나의 무지는 누군가에게 큰 상처였을 것이다.


종종 무지는 타인에게 날카롭다. 

나의 무지가 타인에게 비수로 꽂힘을 알고 있음에도 변하지 않는 건 사치이자 특권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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