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 우리 Us And Them

인연에 대하여

by 안녕씨


먼훗날우리



재회한 옛 연인



한 때 연인이었던 남녀-린젠칭’(정백연)과 ‘팡 샤오샤오’(주동우)-가 베이징행 비행기에서 재회한다. 서로를 의식하지만, 어색하기만 한 그들이다. 반가워하기에도, 모른 척 하기에도 애매한 이별 뒤에 오는 씁쓸함이다. 속마음을,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기엔 그들이 너무 방어적으로 변해버린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상황에서 폭설에 의한 출발 지연 소식이 들려온다. 하나둘 비행기에서 내리고 그 둘도 함께 내린다. 그리고 항공사에서 제공해 준 호텔 숙소로 향하게 된다. 한 방에 들어서기까지 줄곧 어색했고, 그래서 여자는 정중하게 거절의 의사를 내비치기도 하지만, 결국 그 둘은 한 방에 들어서는 결정을 다. 그리고 지난 추억을 함께 떠올린다. 와인을 곁들이며. 그렇게 수도 베이징에서 일과 사랑을 쟁취하려고 했던 두 청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베이징에서 사는 게 내 평생의 꿈이었다. 매일 새로운 일을 경험하고 재미난 이들을 만나고 모든 꿈을 이룰 수 있으니까. 살아 보지도 않고 시골로 돌아가 결혼해서 애 낳고 그럭저럭 먹고살고 싶지 않다. 여기서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던 여자와 ""졸업해도 베이징을 떠나긴 싫다. 베이징엔 짜릿한 일이 끊이지 않는구나 싶다. 기회만 잡을 수 있다면 돌아갈 곳이 없어도 괜찮다"던 남자가 베이징에서 사랑하고, 이별하고, 실수하고, 실수를 딛고 일어서는 이야기다.







서로 '다른' 아이 미스 I Miss You



영화는 풋풋한 그들의 첫 만남을 보여준다. 고향 가는 열차표를 잃어버린 팡 샤오샤오에게 린젠칭은 자신의 표를 건네주고, 그 작은 호의는 동향이라는 공통점에 열차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즉흥적인 결정이 더해지면서 우연한 만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물론 베이징에서도 그 둘은 가깝게 지낸다. 하지만 친구로 지낸 시간만큼 연인으로의 전환은 쉽지만은 않다. 친구로 지내는 편이 익숙하고 덜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둘은 연인이 된다. 많은 일을 겪고, 연인이라는 결실을 맺은 만큼 행복으로 가는 쾌속 열차에 올라탄 듯 보인다. 처음에는. 하지만 세상의 유일한 법칙이라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명제 앞에서 그들도 예외는 아니다. 서로를 바라보기만 해도 꿀 떨어지는 달달한 시간을 보내다가 그 당도가 서서히 옅어지는 시기를 맞이하기에. 사랑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기반을 탄탄하게 만드는 것도 젊음의 과업이기에. 더 좋은 것을 사랑하는 여자에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현실에서 좌절되는 데에서 오는 우울감이 남자를 덮고, 여자는 그런 그의 마음을 놓치고, 예전 같지 않은 그의 사랑에 실망한다. 그리고 그 둘은 그 차이를 좀처럼 좁히지 못한다. 이별이었다. 시간이 지나서, 비행기에서 재회한 리젠칭은 팡 샤오샤오에게 묻는다.


-그때 내가 안 떠났다면 그 이후에 우리는 달라졌을까?

-그때 네가 용기 내서 지하철에 올라탔다면 너랑 평생 함께했을 거야


-그때 우리가 안 헤어졌다면

-그래도 결국 헤어졌을 걸


-네가 끝까지 내 곁에서 견뎠더라면

-네가 성공 못했을 걸


-애초에 베이징에 가지 않았더라면

-결국 다 가졌겠지. 서로만 빼고




일어날 일이 일어났을 뿐인데, 추억은 미화되는 것일까. 아니면 아이 미스 유라는 말을 린젠칭은 그리웠다로 팡 샤오샤오는 놓쳤다로 해석한 것처럼 남녀에서 오는 차이일까.








인연에 대해



피천득 작가의 책 인연에는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춘절마다 고향을 향하는 두 사람의 만남은 그런 면에서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일이다. 그런 두 사람이 재회했다. 나는 아사코와의 세 번째 만남처럼 그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헤어지면 다시는 보지 말자던 팡 샤오샤오의 말처럼 그 만남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인연이란 게

끝까지 잘되면 좋겠지만

서로를 실망시키지 않는 게 쉽지 않지

둘 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

부모에겐 자식이 누구와 함께하든 성공하든 말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자식이 제 바람대로 잘 살면 그걸로 족하다

건강하기만 하면 돼


......

너희 둘이 함께 하지 못해도 넌 여전히 우리 가족이란다

힘들면 언제든 돌아오렴



이 영화는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어느 청춘남녀에 관한 이야기가 메인이지만, 그보다 폭넓은 인연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다. 우연일까, 운명일까, 그 모호한 경계를 남녀주인공에 감정이입해서 보면

더 흥미롭다. 그래서일까. 처음 보았을 때보다 두 번째 봤을 때 더 애틋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