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씨 Mar 05. 2022

05. 에르메스, 어디까지 경험했니?

버킨백을 욕심 내다


고가순을 검색해도 버킨백과 켈리백은 검색 안됨 / 출처 ; 에르메스




그야말로 '억' 소리 나는 가방이 있습니다.  3대 명품으로 꼽히는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중 하나인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 버킨백이 바로 그것이죠.  가죽학교 3년, 공방 2년 등 총 4만 3000시간의 연습 시간이 쌓인 장인만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요.  검증된 장인이 20여 시간에 걸쳐 180년 전 왕실에 마구를 납품했던 새들 스티치(SADDLE STITCH) 말  안장 꿰매는 방식으로 한 땀 한 땀 가방을 완성합니다. 그 증표로 장인의 고유 번호를 가방에 새기고요. 참고로 명품 브랜드 전문 리서치 기관 알파 밸류에 따르면 에르메스 시가총액을 비교할 때 장인 1명의 가치는 330만 유로(약 50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근데 더 놀라운 건 돈만 있어선 그 가방을 살 수가 없다는 것이에요.  가방을 제외한 그릇, 스카프 등의 구매 내역이 있어야 가방을 살 수 있는 구매 리스트에 겨우 이름을 올리고, 리스트에 올랐다 해도 가방을 진짜 손에 넣을 때까진 최대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주인공 사만다 존스 5년을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손에 못 넣은 가방으로 소개되었고요.    


         

에르메스 버킨백과 켈리백이 디자인 등록 특허권을 보유하지 않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가죽공방이 하나, 둘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죽 공방이 내세운 셀링 포인트는 에르메스 버킨백을 직접 만들 수 있다, 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버킨백과 켈리백이 상표권을 출원했기 때문에 가죽 공방에서 에르메스 모조품을 만들 수 있다, 를 홍보 수단으로 삼으면 브랜드 가치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돼, 법적인 조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불법행위라는 거죠. 하지만 그땐 그랬습니다.      





그렇게 가죽 공예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중형차 한 대 가격의 가방을 직접 만들고 싶다, 는 아주 큰 야심을 가지고요. 하지만 버킨백에 도전하기에 저는 너무  문외한이었습니다.  그리고 올라야 할 단계는 아주 많았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는 금손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죽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꽤 흥미롭더라고요.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었습니다.



바느질 할 구멍 만드는 중


      

카드 지갑과 같이 아이템을 정하고 가죽을 고르고,  실을 고르고, 송곳을 이용해 도안을 그리고, 재단을 하고, 가죽에 구멍을 일일이 내고, 명품에 쓰인다는 이중 스티치를 배우고, 실제 이중 스티치 방식으로 바느질을 하고, 기리매라고 하는 마무리 작업을 했습니다. 그렇게 세상 하나뿐인 가죽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특별하더라고요. 지금까지도 들고 다닐 정도로요. 근데 가죽 공방에서 제공해준 가죽의 질이 그다지 양질은 아니었나 봐요. 명품과 달리 근사하게 세월의 흔적이 쌓이지 않더라고요. 물론 최고급 베지터블인 부테로(BUTTERO)로 만든 클러치백을 보면, 왜 최고급이란 수식어가 붙는지 알겠지만요. 가죽으로 명품의 방식을 차용해 만들었다고 다 명품의 퀄리티가 나오지 않는다는 걸 배웠습니다. 최고의 재료와 그것을 다루는 장인의 정성, 그리고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한 마케팅(에르메스는 마케팅 부서가 없다고 합니다.오직 품질에만 집중한다고)... 굳이 2달의 시간을 경험하지 않고도 알 수 있는 사실이겠지만요.  그래도 활자로만 접할 때와 비교해 더 와닿기는 했어요. 참고로 부테로는 소가죽의 어깨와 등에 해당하는 부위로 소의 힘줄이 그대로 드러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렇게 카드 지갑을 시작으로 책 커버, 팔찌, 여권 케이스,  클러치백까지 완성했습니다. 두 달간 주말을 꼬박 투자한 결과였고요.




부테로 가죽으로 만든 클러치백


그렇게 한동안 가죽공예에 푹 빠졌습니다. 그래서 에르메스 버킨백을 만들었냐고요? 아쉽게도 두 달의 경험으론 넘사벽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왜냐면 도안 그리고, 재단하고, 까지 떠올렸을 때 "버킨백은 살아생전 한 번도 싸우지 않아가죽 흉터 자국이 하나도 없는 최상의 악어가죽정확히는 700조각의 가죽을 약 2만 6000번의 바느질로 연결해 완성한다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에요. 그 후 (가죽에 바느질을 하려면 일정한 간격마다) 바늘이 통과할 구멍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 단계까지 떠올렸을 때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버킨백을 향한 열망이 그정도까진 아니였어요. 그렇게 저의 버킨백은 저 멀리 저 멀리 멀어져 갔습니다.


하지만 에르메스를 경험할 기회가 아예 없진 않았습니다. 카페 마당을 찾았거든요. 청담동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매장 지하에 위치한 에르메스 카페입니다. 그리고 카페 마당의 가장 큰 특징은 그릇 등 식기 도구가 모두 에르메스 제품이라는 점, 그곳에서 애프터눈 세트를 먹었습니다. 뭐, 일반 카페 대비 고가였지만 그래도 '억' 소리 나는 - 악어가죽에 다이아몬드로 만든 2억 원이 넘는다는 에르메스 버킨백- 가방을 떠올리면, 카페 정도야, 하는 마음이 돼 버렸습니다.



버킨백들 / 출처 카디비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04. 명품쇼핑백 사는 건 미친 짓(?)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