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친구에게 선물한 김밥.
한국에 있을 때 나에게 김밥은 사 먹는 음식이었다.
워킹맘에 요리에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정말 김밥은 내가 할 수 없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폴란드가 나를 바꾸었다. 정확하게는 폴란드에서 주어진 환경이 나를 바꾸었다.
맛은 보장할 수 없지만, 이제 그나마 놀러 온 손님에게, 딸 친구에게 대접할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그리고 어제 처음으로 의도치 않게 외국인 친구에게 싸주게 되었다.
어제 딸의 가장 친한 친구가 집에 놀러 왔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친구 엘리야. 전쟁 때문에 잠시 폴란드에 거주하고 있는 가족이다. 엘리야가 처음 딸의 학교에 왔을 때부터 둘은 순식간에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버렸고, 덕분에 나도 엘리야 집에 몇 번 초대를 받았고, 엄마 아빠와도 친구가 되었다.
전에 놀러 왔을 때 미역국을 잘 먹었던 게 기억이 나서 미역국과 김밥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엘리야 엄마가 걱정하지 않게 김밥 먹는 사진과 함께 잘 놀고 있는 사진들을 보내주었다.
엘리야 엄마가 와 정말 맛있어 보인다. 고마워.라고 답장이 왔다.
잠시 고민하다 예전에 직접 만든 디저트를 받은 기억이 떠올라 혹시 조금 싸줄까? 먹어볼래?라고 보냈다.
정말? 그럼 정말 좋을 것 같아. 정말 고마워.라고 답이 왔다.
김밥을 썰어서 통에 담으며 와… 내가 살면서 음식을 만들어서 외국인 친구에게 다 싸줘 보네.라는 생각을 했다.
이 얼마나 값진 경험인가.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며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이런 소중한 경험.
그날 밤, 엘리야엄마에게 정말 잘 먹었다. 앞으로 어디 가서 요리 못한다는 말 하지 말라고 농담 섞인 메시지가 왔다.
메시지 안에 녹아있는 마음이 느껴져서 참 따뜻했다.
이제 이곳에서의 시간이 10개월 남짓 남았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아쉬움이 참 크다.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이 가족이 폴란드에 있든,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든 지금처럼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될까. 어떻게 보내면 좀 더 아쉬움이 덜할까.
김밥으로 조금 더 따뜻해진 마음이 조금은 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