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표정이 궁금해요
오늘도 아침부터 엄마의 전화 통화에 미호는 잠이 깼어요.
어두컴컴한 방안에 조금 열린 문틈 사이로 두런두런 엄마의 짜증난 목소리가 들려요.
" 진짜 아침부터 그 사람은 왜 그런다니..?"
잠이 덜 깨 비몽사몽한 미호지만 오늘은 엄마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조용히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일어나요.
엄마는 전화통화에 집중하느라 미호가 일어난지 모르는 눈치예요. 미호는 거실을 가로질러 긴 복도 끝에 있는 화장실로 가서 볼일을 보려고 변기에 앉았어요. 잠시 후 "후우..." 하고 크게 한숨을 쉬고 큰소리로 "엄마~~ " 하고 불렀어요.
거실 쇼파에 앉아서 전화통화를 하던 엄마도 그제서야 미호가 일어난 걸 아는 눈치예요.
" 미호야 엄마 바빠, 얼른 양치하고 세수하고 나와."
" 알았어요." 미호에게 빠르게 말을 끝낸 뒤, 엄마는 하던 통화를 계속 이어나갔어요.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미호가 아침밥 준비를 하는 엄마 등뒤로 다가갔어요. 엄마는 여전히 통화를 하며 아침밥 준비를 하느라 분주해보였어요.
" 엄마 나 세수다했어요. 이제 뭐해요?" 미호가 엄마 옷깃을 잡으며 물어보자
" 우리 미호 잘했네. 그럼 이제 식탁에 앉아 영어방송 보면서 밥먹어. 우리 늦었어. 서둘러." 하며 엄마는 미호가 할 일을 알려주고 통화를 이어갔어요.
한참동안 엄마 등을 눈으로 쫒던 미호는 "하아..." 다시금 크게 한숨을 내뱉고, 식탁 앞에 앉았어요.
집안은 엄마의 짜증섞인 대화소리와 유쾌한 영어목소리가 뒤섞여 같은 공간,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어요.
회사에 다니는 엄마는 매일 바빴어요. 거기다 미호를 챙겨주느라 항상 더 바빠 보였어요. 회사일이 많고 바쁜데, 미호를 돌보러 와야해서 엄마는 집에서도 종종 회사일하기 일쑤였어요.
그런날이면 미호는 엄마에게 평소보다 더 많이 혼이 나곤 했어요. 물컵의 물을 쏟았다고 '버럭', 거실을 뛰다닌다고 '버럭', 밥을 천천히 먹는다고 '버럭', 버럭 버럭... 다른 날보다 엄마가 짜증을 많이 내는 이런 날은 미호도 평소보다 더 속상한 날이에요.
어느날은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게 아닐까? 하고 미호가 걱정할때가 있었어요. 유치원 하원 후 엄마와 하루종일 함께 있는데 엄마의 얼굴을 본적이 없는거 같아요. 엄마의 목소리는 "미호야~ 이거해, 미호야~ 저거해" 하며 하루 종일 미호를 따라다니는데, 정작 엄마의 눈은 미호를 넘어 다른 일을 하느라 바빴어요. 미호는 엄마얼굴을 제대로 본적이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미호는 아침에 눈을 떴을때 엄마의 얼굴로 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고, 재미있는 영어영상 대신 엄마랑 간밤에 꾼 꿈이야기를 하며 아침밥을 먹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매 순간 미호를 보는 엄마의 표정이 어떤지 궁금했어요.
미호는 영상에서 Hide & Seek 을 하며 즐겁게 웃는 캐릭터들에서 눈을 떼고 통화를 하는 엄마에게 다가갔어요. 쇼파에 앉아 있던 엄마와 미호의 눈높이가 딱 맞았어요.
"엄마, 아무리 바빠도 나랑 눈 맞춤을 해주세요. 나를 봐주세요. 저는 엄마의 표정이 궁금해요." 하고 말하는 미호를 보는 엄마의 눈동자가 점점 커졌어요. 그리고 금세 미안함을 가득 담고, 어색한 미소를 띄운 엄마는 " 엄마가 바쁘게 이러저리 다니느라, 미호의 속상한 마음을 몰랐어. 엄마가 미안해." 하며 미호를 꼭 안아주었어요.
엄마 품에 안겨 엄마와 눈 맞춤을 하는 미호는 드디어 엄마의 표정을 알수 있었어요.
따뜻한 웃음을 한가득 담고 미호를 품에 안은 엄마의 세상 가장 행복한 표정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