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와 변명을 좀 하려고?
살면서 발표 혹은 발표 비슷한 것들을 수도 없이 많이 해봤다고 생각했다.
군대에서 200명, 300명을 혼자 통솔하기도 했고 교육도 했다. 학교에선 동아리 부회장, 과대표를 하면서 남들 앞에 선다는 게 크게 부담스럽거나 두렵지 않았다. (물론 발표 실력은 그때나 지금이나 엉망진창이다)
지금의 나는 발표가 끝나기 전까지 부담스러웠고 두려웠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의미 없는 결론을 내보자면
내가 경험했던 발표 혹은 발표 비슷한 것들은 내가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관계가 대부분이었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발표는 나의 정보와 지식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토론하는 관계가 되어버린 것이다.
발표 후 느낀 점 그리고 준비하면서 느낀 나의 문제점에 대해서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처음에는 발표에 대해서 부담스럽거나 두렵다고는 크게 생각 안 했다. 오히려 주제 선정, 자료 준비, 일과 발표 사이의 컨텍스트 스위칭, 특히 멋진(?) 프레젠테이션 이런 것들이 힘들었다.
시간이 다가오면서 위에 언급한 문제들은 결국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들이었고 발표에 대한 걱정이 훨씬 커지기 시작했다.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경험은 친구들 혹은 작은 스터디가 전부인데, 내가 큰 무대가 차려진 곳에서 제대로 된 정보 전달이 가능할까? 뇌절해서 헛소리 하는 건 아닐까? 쓸데없는 잡생각이 앞선 문제들을 다 날려주었다. 이런 잡생각에 가득 차서 발표를 했으니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올 리 없다. 문제점 10가지만 나열해보자
1. 얕고 옅은 지식,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다.
2. 장표 만드는 법도 모른다.
a. 가이드가 있었지만 장표 만드는 게 가장 힘들었다.
b. 제일 많은 시간 투자...
3. 자료를 모아도 정리가 안된다.
4. 큰 발표를 해본 적이 없다.
5. 평소 말투와 발표 말투가 다르다. 다나까????
6. 긴장하면 말이 너무 빠르고 씹힌다. 의식하고 했더니 말투가 이상해졌다.
a. 어느 순간 아이 동화책 읽어주듯 말끝을 늘리고 있었다.
7. 일과 발표 준비, 컨텍스트 스위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a. 일도 발표 준비도 둘 다 일정이 밀리는 최악의 상황
8. 머리도 안 좋으면서 스크립트 만들 생각도 못했다.
9. 주변의 도움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다.
a. 팀원들에게 리뷰받을 시간이 많이 있었지만 왜인지 밍기적 거린 거 같다.
10. 녹화본을 보고 피드백을 얻어야 하는데, 녹화본을 볼 자신이 없었다.
a. 너무 오글거린다.
대충 생각하고 적어봐도 10가지 문제점이 나왔다.
(더 많은 문제점 제보받습니다)
위 10가지를 얻었다. 고쳐 쓰다 보면 쓸만해지지 않을까??
욕심은 있다. 기회가 되면 또 하고 싶다. (물론 시켜준다면, 누가 장표만 만들어준다면)
그전에 작은 발표부터 차근차근 연습해 나가야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도전이었고, 팀적으로는 리스크 있는 도전이었다. (내가 망치면??)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순 없다. 풀 방법과 끝나고 즐길 무언가를 만들어 두었다. 덕분에 발표 준비하면서 캠핑장비를 대략 200만원치 질러버렸다. (돈 쓰는 재미, 캠핑 가는 재미, 스트레스 푸는 재미)
다시 돌아와서 내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주변의 적극적인 지지와 도움이 있다면, 일단 해보자. 좀 망치고 실패하면 어때, 뒷일은 팀원들이 다 도와줄 테니 하하하 (저 때문에 고생한 우리 팀 ㅠㅠ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지만, 다음번엔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라는 생각과 주변의 놀림들을 웃고 즐기고 넘길 수 있는 여유가 나에게도 생긴 것 같다. 이 말을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