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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횡설수설
Aug 12. 2020
고등학교 무렵, 나와 친구들은 거의 매일 같이 그룹 운동을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곤 했다. 우리는 늘 그랬듯이 운동을 마치고 나면 편의점에 들러 요깃거리들을 사 먹고는 했다. 어느 날이었다. 편의점에서 내가 먹고 싶은 과자를 골랐더랬다. 그런데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선호(가명)는 나에게 딸기맛을 골랐다며 타박을 했다.
"딸기맛이 어때서?"
선호는 나를 보고 고개를 휘저으며 다시 한번 쏘아붙였다. 딸기맛이 뭐냐며, 그건 너 빼고 아무도 안 먹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나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내 돈 주고 사 먹는 건데 웬 참견질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딸기맛은 그 어떤 과자보다도 영롱하고, 달콤한 맛을 품고 있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딸기향은 늘 나에게 매혹적이었다. 오늘은 시큼하고 달콤한 베리베리향을, 내일은 좀 더 무르익은 산딸기향을 먹을 생각이 나의 내일에 기대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나는 오히려 그 친구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네고 싶다. 아직까지도 그 친구는 딸기향의 그 명확하고도 매번 새롭고 다채로운 맛을 음미하지 못했을 테니까..
나는 선호를 통해서 내가 명확한 딸기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것은 나의 마음이 분명한 내면의 소리를 내뱉어내고 있던 거였으니까 말이다. 선호는 나에게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딸기맛 따윈 같이 먹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제 와 생각하건대 각자의 딸기맛을 함께 음미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지 않나 싶다. 선호의 진짜 딸기맛은 무엇이었을까?